[법조스토리]민주당의 도 넘은 사법부 흔들기

증거 빈약한 지귀연 술접대 의혹
사법부 향한 민주당 압박 지나쳐
정권 교체 후 입법 폭주 우려도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을 맡고 있는 지귀연 부장판사의 '룸살롱 술접대' 의혹이 진실 공방으로 번지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의혹의 당사자인 지 부장판사가 이례적으로 법정 신상 발언을 통해 소맥과 삼겹살을 언급하며 부인하자 민주당은 지 부장판사의 얼굴이 나온 사진을 공개하며 "법복을 벗겨야 한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 주장처럼 지 부장판사가 1인당 100만원 넘게 술값이 나오는 룸살롱에서 접대받았다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 술값을 낸 지인이 사건 관계자 혹은 지 부장판사가 재판했거나 재판 중인 사건의 변호인이라면 뇌물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결정적 증거인 것처럼 공개한 사진들만 봐서는 과연 지 부장판사가 '룸살롱 술접대'를 받은 게 맞는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접대부는커녕 술병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성 세 명이 어깨동무하고 찍은 사진, 넓은 홀에서 지 부장판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여러 명의 남녀가 어울려 술을 마시는 사진이 전부이니 말이다.

현재로선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이미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이 조사 중이고, 친야 성향 시민단체들의 고발로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했다. 민주당이 더욱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다면 공개하지 않고 논란만 키울 이유가 없다.

문제는 이번 의혹 제기가 지 부장판사가 윤 전 대통령을 석방해준 것에 대한 일종의 보복 조치 성격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는 데 있다.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변호인들의 주장을 수용한 지 부장판사 판단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법관의 판결이나 결정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판사를 뒷조사하고 개인 신상을 폭로하며 재판부 교체를 주장하는 건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고 다음 대선에 출마할 자격까지 상실할 뻔했던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기존 대법원 판례와 거리가 있는 논리를 적용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상고심 심리에 참여한 대법관 12명 중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특정 연구회 출신 2명의 대법관을 제외한 10명의 대법관이 해당 판결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했다. 2심 판결을 한 3명의 판사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이나 지지자들이 판사들의 뒷조사를 하고, 술을 사줬다는 사람을 찾아내 폭로했다면 민주당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하다.

앞서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포함해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10명의 대법관에 대한 형사고발과 탄핵소추를 거론하며 압박했고, 관련 청문회를 열어 조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키려 했다. 국회 절대적 다수 의석을 무기로 삼은 사법부 압박도 도를 넘어섰다.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대법관을 30명까지 늘리겠다거나, 형법을 개정해 판사를 처벌하는 '법 왜곡죄'를 신설하겠다는 것도 있다. 민주당은 심지어 헌법재판소가 제4심이 되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법률에 명시적으로 못 박은 '재판소원 금지' 조항을 개정해 법원 판결을 헌재가 다시 심판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까지 했다.

벌써 이런데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 행정부의 법률안 거부권까지 무용지물이 돼버린다면 민주당의 입법 폭주, 사법부 흔들기를 막을 방법이 과연 있을지 걱정된다.

사회부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csj040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