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발언·위협' 고교생 퇴학 취소…법원 "절차상 하자"

“퇴학 결정 과정서 사유 명확하게 기재 않아”
퇴학 자체는 명백한 무효 아니야…일부 승소

학교 축제에서 성희롱성 발언을 하고 교사 등을 위협했다는 이유로 퇴학 처분을 받은 학생에 대해 법원이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을 했다. 학교가 퇴학 사유를 명확히 하지 않는 등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는 이유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고은설)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퇴학 처분을 받은 A씨가 학교장을 상대로 낸 퇴학 처분 무효확인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해당 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23년 9월 '기본 품행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퇴학 처분을 받았다.

학교 측은 재판 과정에서 A씨 등이 교내 축제에서 강당 문을 발로 차며 위협적인 행동을 했고, 공연 중 앞자리에 앉겠다며 드러눕거나 의자를 던지는 등 폭력적인 행위를 이유로 퇴학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축제를 마치고 학생들에게 익명 설문조사를 한 결과 A씨가 '무대에 오른 다른 여학생의 신체 부위를 언급하며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 '외모가 떨어지는 친구들에게 야유와 욕설을 했다' 등의 답변이 나왔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A씨는 같은 해 8월 발목 부상을 주장하며 크룩스를 신는 등 사복이나 슬리퍼 착용을 금한 교칙을 어겨서 '출석정지 5일' 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이 역시 1학년 때 사회봉사 5일 징계에 따른 가중처벌이었다.

연합뉴스

또한 출석정지 징계가 끝난 후 다시 상응하는 행위를 하면 퇴학이 가능하다고 해당 고교 교칙에 명시돼 있었다. 고교 측은 이를 바탕으로 징계 절차에 착수, A씨와 부모를 특별선도위원회에 참석시킨 후 퇴학을 결정했다.

그러나 법원은 학교가 퇴학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A씨에게 퇴학 사유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아 절차상 하자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받은 퇴학처분서에 '기본품행 미준수'라는 내용만 적혀 있었던 점, A씨의 부모 등이 '성희롱은 없었다'는 취지로 항의하자 '교사의 착석 지시에 따르지 않은 점만 심의 대상'이라고 사유를 제한했던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이어 "다른 학생들의 설문조사에 적힌 내용과 피고의 징계사유로 삼는 내용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채 논의가 이어지다가 뒤늦게 처분 사유를 정리했다"며 "퇴학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지 않아 소송에 이르기까지 원고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지장이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학교 특별선도위원회가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봤다. 해당 고교는 특별선도위 징계 심의는 재적 위원 3분의 2로 의결한다고 규정했는데, 당시 출석한 7명 중 4명 찬성만으로 퇴학 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퇴학 처분 자체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징계의 경과나 관련 사유에 객관적 근거가 있었고 A씨를 상대로 청문 절차가 이루어진 점 등을 고려해서다.

재판부는 이어 절차상 하자가 일부 있었지만 A씨가 직접 위원회에 출석해 방어권을 행사한 점 등을 고려해서 하자는 치유됐다고 판단, 위법하지 않다고 보고 무효 및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이슈&트렌드팀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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