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1460원도 뚫었다' 외환위기 수준 환율…기업들 '돈 더 들 곳만 잔뜩'

기업경기 전망, 코로나 이후 최악

국내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2년10개월 연속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역대 최장기 연속 부진 기록을 쓰게 됐다. 전망치 하락폭도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 4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수준까지 치솟고 물류비마저 오르면서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26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내년 1월 BSI 전망치는 84.6을 기록했다. BSI가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긍정 경기 전망, 100보다 낮으면 전월 대비 부정 경기 전망을 의미한다. 기준선 100을 밑돈 건 지난 2022년 4월(99.1) 이후 2년 10개월째다. 이는 1975년 1월 조사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장기 연속 부진 기록이다.

BSI 전망치(84.6) 하락 폭도 두드러졌다. 올해 12월(97.3) 대비 12.7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코로나19가 본격화됐던 2020년 4월(25.1포인트)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

업종별 1월 경기 전망은 제조업(84.2)과 비제조업(84.9) 모두 좋지 않다. 제조업 BSI는 올해 3월(100.5) 기준선 100을 초과한 이후 4월(98.4)부터 다시 10개월 연속 기준선 아래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 긍정 전망(105.1)을 보였던 비제조업 BSI(84.9)는 전월 대비 20.2포인트 급감하며 한 달 만에 기준선 100에 크게 못 미쳤다.

부문별 전망 역시 부정적이다. 내수(88.6)·수출(90.2)·투자(89.4)는 2024년 7월 이후 7개월 연속 동반 부진했다. 특히 내수 BSI(88.6)는 2020년 9월(88.0) 이후 52개월 만에 최저치, 수출 BSI(90.2)는 2020년 10월(90.2) 이후 5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모두 기록적인 부정 전망을 나타냈다. 투자 BSI(89.4)는 2023년 4월(88.6)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부정적인 건 정치적 리스크뿐 아니라 환율, 물류비 등 기업 여건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올 초만 해도 1300원대였던 환율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선 승리 후 다시 뛰기 시작했다. 특히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소추 등 불안한 국내 정국 상황까지 겹치면서 1450원대로 뛴 데 이어 26일 오전엔 1460원을 넘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11월~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석유화학, 철강, 항공 등 원료와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부담 역시 커졌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환율이 10% 오르면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0.29% 하락한다. 중소기업벤처연구원도 환율 1%만 올라도 중소기업의 손실이 0.36%씩 증가한다고 밝혔다.

최근 운임 상승도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다. 상하이컨터이네운임지수는 지난 20일 기준 2390으로, 한 달 전에 비해 10%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높다. 수출 기업 입장에선 환율 리스크에 운임 부담까지 커지는 설상가상인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해상운임 상승 기조가 최근 두드러지는 건 홍해 사태 등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미국·유럽 등 주요 지역에서 중국산 원자재에 고율 관세를 예고하면서 단기간 내 밀어내기성 수출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요 선사 차원에서 선박 공급을 조절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화주 입장에서는 선박 구하기가 여전히 어렵다는 얘기다.

특히 관세 폭탄을 예고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취임하는 만큼 수출을 앞당겨 진행하는 움직임도 해상운임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대미수출액은 80억12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늘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트럼프 신정부 등 대외 경영환경 변화에 더해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환율 변동성 확대, 내수 부진 장기화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환율 안정 노력과 함께 산업 활력 회복을 위한 지원 등 경제살리기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IT부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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