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연기자
"우리가 함께 이루어낸 혁신, 불가능한 도전을 돌파하는 모습을 보며 감명받았습니다. 우리의 여정은 지금까지도 훌륭했지만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12일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HMGICS)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임직원들과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정 회장은 준공 1주년을 맞은 HMGICS의 도전과 성과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그룹 내 혁신 대표 거점으로서 HMGICS의 역할을 당부했다.
300여명 직원이 참석한 이번 타운홀미팅은 정 회장이 직접 제안해 이루어졌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이 날 미팅에서는 그룹 내 HMGICS의 역할에 대한 질문부터 이 공장을 설립한 배경, 일하는 자세에 대한 조언과 일상적인 이야기까지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HMGICS를 설립한 배경에 대해 정 회장은 "구체적인 구상은 2018년에 시작했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혁신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모빌리티 니즈에 맞춰 연구와 생산을 진행할 수 있고, 그룹 내에서 적극 소통하며 민첩하게 도전할 테스트베드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언급했다.
그룹 중장기 전략 내에서 HMGICS의 역할에 대해서는 장재훈 사장이 답했다. 장 사장은 "HMGICS는 모빌리티, 소프트웨어중심공장(SDF), 에너지 분야를 한 공간에서 실증할 수 있는 거점"이라며 "인공지능(AI), 로봇, 자동화 기술 등 핵심 기술을 미리 개발하고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의 실효성을 검증해내야 한다. 우리가 축적한 노하우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위한 핵심 자산으로 현대차 모든 글로벌 제조 현장에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정 회장은 개인적인 관심사나 리더십에 대한 평소 생각 등 자유로운 주제로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리더의 덕목을 묻는 질문에 정 회장은 가장 기본이 되는 자질은 호기심과 경청이라고 답했다. 그는 "호기심을 갖고 깊게 빠져들어 탐구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그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이다.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려 함께 노력한다면 당신은 좋은 동료, 가족, 친구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정 회장은 앞으로 HMGICS의 도전을 응원하는 동시에 그룹의 비전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HMGICS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를 혁신할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기술을 지속적으로 탐구해 나가겠다"며 "내년 더 많은 도전 과제가 기다리고 있지만 우리는 기대를 뛰어넘을 수 있다. 여러분과 같은 인재가 있고 '인류를 향한 진보'라는 그룹의 비전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서부 주롱 혁신지구에 위치한 HMGICS는 지난해 11월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혁신 제조기술을 시험하는 테스트베드로 설립됐다. 이 생산시설의 가장 큰 특징은 컨베이어벨트를 없애고 셀 단위의 생산 방식을 도입해 '다차종 소량 생산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최적화 알고리즘을 통해 차체·부품을 실은 로봇이 각 셀을 효율적으로 이동하면서 차량을 만들기 때문에 다양한 변수를 반영해 생산 계획을 유연하고 빠르게 변경할 수 있다.
또한 현실과 가상을 동기화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해 실시간으로 공장을 컨트롤할 수 있게 했다.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가상공간에 똑같은 형태의 쌍둥이 공장을 짓고 여기에 지시를 내리면 각 공정에 배치된 로봇들이 최적의 타이밍과 경로를 계산해 실제 공간에서 업무를 수행한다.
HMGICS는 향후 현실의 공장과 가상의 공장이 실시간으로 동기화되고 인간과 로봇이 조화를 이루는 체계로 지속 진화해 나간다는 목표다. 전기차뿐만 아니라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미개항공교통(AAM), 로봇 등 다양한 모빌리티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HMGICS에서 개발하고 실증한 제조혁신 기술을 미국 현대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 등 글로벌 제조 현장에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