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미국)=권해영특파원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 및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과 리더십 공백이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후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12일(현지시간) CSIS 주최 온라인 대담에서 현재 한국의 상황과 관련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시작과 한미동맹에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차 석좌는 전날 트럼프 당선인의 전직 참모들을 만났다고 언급하면서 "그들은 트럼프의 첫 100일이 아닌, 첫 100시간에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많은 일이 나올 것이라 말했다"며 "주한미군, 관세, 반도체지원법(CSA)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도자 간의 개인적 유대가 매우 중요한데 한국엔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없고 이 사태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며 "여름 이후로 길어질 수도 있는데 이는 매우 나쁜 시나리오"라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직후 대미 무역흑자가 큰 한국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관세 10~20% 부과를 공약했다.
차 석좌는 "이 같은 (보편관세 공약,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조합은 거의 확실히 10% 이상의 한국에 대한 관세를 의미한다"며 "한국이 리더십을 회복하기 전 분명히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모두가 (트럼프 당선인의 저택이 있는 플로리다) 마러라고나 백악관에 가서 개별 협상을 시도하는데 한국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계엄 사태로 인한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 혼란과 위상 추락에도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은 그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을 역내 핵심 동맹축으로 삼아 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특히 미국이 그동안 강력히 원해 온 한일 관계 개선을 이뤄내며 한·미·일 삼각 공조 체제를 구축했다.
차 석좌는 "한국은 역내에서 매우 중요한 플레이어였는데 지도자가 없다면 (한국의 위상은) 쉽게 사라질 수 있고 몇 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경제·안보적으로 (역내를) 취약하게 만들고, 한국이나 동맹 관계에도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에서 외교 정책을 비판한 것과 관련해서는 "내가 헌법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건 탄핵 사유가 될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앞서 시드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관은 이번 사태로 야당이 집권할 경우 한미일 협력이 흔들리고, 새 정부가 북미 관계에서 중재자 역할을 시도할 수 있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암시하는 불안한 징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