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계엄 정국서 탄생한 TSMC, 지속성장 가능했던 이유 [기업&이슈]

대만 계엄통치기간 창립된 TSMC
공기업임에도 정치적 외풍없이 성장
삼성전자 대비 시가총액 3배 이상 커져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본사의 로고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 3일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령 선포 전후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분야 기업들에 악영향이 우려되는 가운데 과거 대만 국민당의 계엄통치기간 설립된 TSMC의 성장세가 주목을 받고 있다. TSMC는 철저히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공기업임에도 상대적으로 정치적 외풍에 시달리지 않고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 대만 정계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국익과 직결된 TSMC에 대한 인사개입이나 정치적 외압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는 평가다.

TSMC 시총, 삼전과 3배 이상 벌어져…매출은 삼전이 더 많아

CNBC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돼있는 TSMC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의 주가는 191.46달러로 시가총액은 9930억달러(약 1421조원)를 기록했다. 같은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5만5900원으로 시가총액은 약 334조원으로 집계됐다. TSMC ADR 시총과 삼성전자 시총간 격차가 4.25배로 벌어진 것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로만 따지면 TSMC는 2조1617억대만달러(약 95조원), 삼성전자는 258조1600억원으로 삼성전자가 2배 이상 많은 상황이지만 연초 이후 삼성전자의 주가가 계속 하락세를 보인 반면, TSMC는 반대로 계속 상승하면서 시총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연초 TSMC ADR의 주가는 101.53달러로 12일 현재 연초대비 88.57%나 급등한 상태다. 반면 연초 7만9600원이었던 삼성전자는 같은기간 29.77% 하락했다.

찰스 슈엄 블룸버그인텔리전스 분석가는 "TSMC의 경쟁업체들인 삼성전자와 인텔이 모두 자사 반도체 생산을 위한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반면, TSMC는 향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다"고 분석했다.

모리스 창 "韓 정치혼란, 삼성 악영향"…계엄기간 성장한 TSMC와 대비

9일 TSMC의 창업자인 모리스 창이 자신의 자서전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한국의 계엄령 사태도 삼성전자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TSMC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만 경제일보에 따르면 지난 9일 모리스 창은 자신의 자서전 출판 기념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재 한국의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삼성은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은 몇가지 기술적인 문제에도 부딪혔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에 밀어닥친 계엄령 악재는 특히 대만 계엄통치시기 설립됐던 TSMC의 과거 역사와 비교되고 있다. 타이베이타임스에 따르면 TSMC는 대만이 국민당의 38년에 걸친 초장기 계엄령에 따른 군사독재체제 시기인 1987년 2월 설립됐다. 당시 대만 국민당 정부는 1949년 국공내전 패배 이후 대만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1987년 7월15일 해제 전까지 계엄령을 유지했다.

TSMC는 계엄통치가 이어지던 상황에서 국민당 주도 공기업으로 출발했다. 1985년 대만 정부는 중국 저장성 출신의 미국 이민자로 실리콘밸리의 거물급 인사였던 모리스 창의 귀화를 요청했고, 그는 대만산업기술연구원(ITRI) 원장에 취임한 뒤 2년 뒤에 TSMC를 설립했다. 초창기 TSMC는 대만 정부 자금을 기반으로 공기업으로 출범했다가 후에 민영화됐다.

그러나 TSMC는 다른 아시아 내 공기업들과 달리 정치적 외풍없이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TSMC를 창립한 대만 국민당 정부는 물론 야당들도 TSMC가 국민당 주도로 설립된 공기업임에도 인사 및 경영개입 언급을 최대한 자제했기 때문이다. TSMC는 대만 정계 안팎에서 나라를 수호하는 기업이란 의미로 '호국신산(護國神山)'이라 불리고 있다.

독립적인 자율성이 보장된 TSMC는 과감하게 완제품 생산없는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 뛰어들었고, 제조공장없는 설계 중심의 '팹리스(Fabless)' 방식을 선호하게 된 미국 기업들의 반도체 생산주문을 독식하며 막대한 '슈퍼을'로 성장했다.

2나노 공정 둘러싸고 격전 예상…1위 아성 지킬까

지난해 10월 대만 신주과학단지에서 열린 TSMC 연례 체육대회에서 대만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업계에서는 TSMC가 여러 악재와 한국의 정정불안으로 주춤해진 삼성을 아예 따돌리고 첨단 2나노(nm) 반도체 공정 시장을 완전 독점하게 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일 대만 공상시보에 따르면 TSMC는 2나노 시험 생산 수율이 60%를 넘겼으며 내년 1월부터 4월 사이 첫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TSMC는 아직 공식적으로 수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재 기술개발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다른 악재가 없다면 내년 초부터 양산이 시작될 전망이다. 현재 속도라면 2026년 1.6나노(A16) 공정도 양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TSMC는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사들과도 기술격차를 크게 벌리기 위해 내년도 시설투자를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경제일보에 따르면 TSMC는 내년 전세계에 10개 신규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며, 시설 투자액은 340억~380억달러(약 47조4600억~5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기존 예상치인 320억∼360억달러 대비 최대 18.75% 이상 늘어난 액수로 기존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 2022년 설비투자 규모인 362억9000만달러를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획취재부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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