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선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김건희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과거 김건희특검법에 대해서는 명확히 반대했던 것과 달리 최근 들어 모호한 입장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김건희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 간 갈등이 극한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친한동훈계(친한계)인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당원게시판 논란이 김건희특검법 재표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안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아울러 "친윤석열(친윤) 그룹과 대통령실에 있었던 분이 일제히 참전해 공격한다"며 "한 대표도 이른바 김옥균 프로젝트가 작동하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할 것)"라고 강조했다.
친윤계와 친한계의 갈등이 증폭된 시점은 지난달 25일 설전이다. 김민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에서 한 대표 사퇴 같은 글을 쓰는 사람을 고발한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제게 사퇴하라는 문자 보내는 사람도 같이 고발해달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즉각 "발언할 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말씀하셨으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발언 이후 비공개회의에서도 지도부 간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 대표의 발언은 모호해졌다. 지난달 28일 한 대표가 주변 인사에게 부당한 당 대표 흔들기를 막기 위해 김건희특검법 찬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다. 이에 한 대표는 기자들에게 "제가 한 말은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김건희특검법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두 차례 부결된 김건희특검법의 재표결을 앞두고 반대표를 호소했던 것과 기류가 다르다. 지난 10월 야당이 세 번째 김건희특검법을 발의하자 한 대표는 "국민이 비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한계는 아직 김건희특검법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명태균 게이트'의 수사 상황을 고려해 찬반을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가 김건희특검법 재표결 전까지 모호한 태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지난달 29일 TV조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재표결까지 열흘 이상 시간이 남았다"며 "표결 즈음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지혜롭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친윤계는 사실상 '해당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 대표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할 게 아니라 명확히 반대 입장을 보여야 한다는 것.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 대표는 역시 비열한 정치 공작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며 "만에 하나 특검이 통과되더라도 한 대표의 정치생명부터 가장 먼저 끝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친한계가 김건희특검법 통과에 찬성표를 던질지도 미지수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14일 김건희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본회의에서 처리되자 재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것을 당론으로 정했다. 아울러 한 대표가 제안한 특별감찰관 추천에도 당 차원에서 힘을 실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19일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민주당에 공식적으로 특별감찰관 임명을 위한 국회 추천 절차 개시를 제안했다"며 "8년째 공석 상태인 특별감찰관 제도가 정상 가동될 수 있도록 민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