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윤기자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의 휴전 합의에 따라 레바논 남부지역에서 철수를 시작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휴전 이틀째인 28일(현지시간) 헤즈볼라가 레바논 남부 최대 도시 나바티에를 지나 북쪽으로 철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바티에 외곽에서 로켓 발사대를 실은 헤즈볼라 트럭이 국경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WSJ는 레바논군 불도저를 실은 트럭들과 장갑차가 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했다고도 전했다.
헤즈볼라가 철수하는 대신 레바논 정부군은 남부에 병력을 확대하고 있다. 앞서 레바논 정부군은 전날 남부 리타니 지역에 병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며 병력 이동 사진을 공개했다.
헤즈볼라의 남부 국경 철수는 이번 휴전 합의의 핵심 사안이다. 미국의 중재로 성사된 휴전 협정에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국경에서 약 30㎞ 떨어진 리타니강 이북으로 물러나고, 이스라엘군 역시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하기로 합의했다. 국경 지대에서 양측 모두 물러나고 이곳에 레바논군과 유엔평화유지군(UNIFIL)만 남긴다는 것이 협정의 핵심 사안이었다.
헤즈볼라의 철수와 레바논군의 병력 이동에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서 산발적인 공격을 이어가면서 현장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 남부에 있는 헤즈볼라의 중거리 로켓 보관 시설을 공습했고, 이와 별개로 산발적인 공격으로 레바논 민간인 2명이 부상하기도 했다. 휴전 성사 하루 만에 전투기까지 동원해 폭격한 것으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양측은 상대방이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13개월에 걸친 분쟁 끝에 가까스로 성사된 60일간의 휴전이 시작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모양새다.
이스라엘군은 휴전 시작 후 레바논 남부로 귀환하는 주민들과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발포하는 등 위험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29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레바논 주민들에게 "남부 60여개 마을에 돌아가지 말라"며 "지정된 선 남쪽으로 가는 사람은 누구든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