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교과서' 교육자료 규정안, 국회 교육위 통과…이주호 '유감, 설득 노력하겠다'(종합)

전원 퇴장한 與 "인정할 수 없다"
김영호 위원장 "현장 안정시켜야"
이주호 "학생 부담 우려돼"

AI(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용 도서가 아닌 교육 자료로 규정하는 내용의 법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경우 정부의 추진 방향대로 디지털 교과서를 전국 학교에 의무 지정하게 할 수 없게 된다.

연합뉴스

국회 교육위는 28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이같은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여당 간사인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힘은 오늘 회의를 인정할 수 없고 어제 민주당만이 단독으로 진행한 안건조정위원회 의결도 인정할 수 없다"며 "추후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언한 뒤 퇴장했다.

앞서 26일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민주당이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려고 하자 여당 의원들이 항의해 회의장을 퇴장했다. 민주당은 이날 교육위 전체회의에서도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었지만, 국민의힘이 안건조정위 구성을 요청해 통과가 미뤄졌다. 안건조정위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기구다. 이어 전날 밤 안건조정위에 속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AI 교과서 전면 도입' 막는 野…사수하는 與

국회 교육위 안건조정위원회. 연합뉴스

여당은 내년 도입을 목표로 정부가 추진하는 AI 디지털교과서 정책을 강조하는 법안을, 야당은 이에 반대하는 법안을 냈다. 고민정·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거친 후 학교 현장에 도입될 수 있도록 ‘교과용 도서’가 아닌 ‘교육 자료’로 규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앞서 야당은 AI 디지털교과서의 신중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왔다.

따라서 개정안이 교육위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를 모두 통과할 경우 정부의 AI 디지털 교과서 정책 추진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교육 자료의 경우 학교별로 필수 선택해야 하는 교과서가 아니기 때문에 학교 장의 자율 선택이 가능해진다.

이에 AI 디지털교과서 발행사 심사에 참여한 업체들과 한국교과서협회는 법안소위를 앞두고 야당이 발의한 법안 추진에 반대 의견을 냈다. AI 디지털교과서가 교과용 도서로 인정되지 않을 경우 발행사들이 교과서 제작, 운영에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들은 "AI 디지털교과서는 교과용 도서의 지위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의결에 앞서 김영호 교육위원장은 "조 의원이 야당에서 반대 법안으로 제지하는 것이 교과서 업체에 혼란을 미칠 것을 걱정했다"며 "그런데 업체의 혼란을 걱정할 게 아니라 교사, 학부모, 학생들의 반응을 점검하고 이분들이 혼란함을 추스리고 안정시키는 게 더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AI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우려도 이해하지만 이는 법률 개정 없이 정책적으로도 해소할 수 있는 사항"이라며 "예정된 일정에 따라 개발, 검정, 연수, 디지털 인프라 구축 등 많은 사안들이 진행되는 가운데 정부 입장을 전달했음에도 개정안이 통과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교육자료는 초·중등교육법상 무상 의무 교육 대상이 아니므로 학생에게 부담 전가될 수 있고 지역간, 학교간 교육 여건에 따라 사용 여부 차이로 교육격차 학습격차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다수당인 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 통과를 추진할 전망이다. 다만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날 이 부총리는 김 위원장이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장관께서는 대통령께 거부권을 건의하실 생각인가"라고 묻자 "국회와 본회의, 그 과정에서 계속 설득 노력을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교육부는 오는 29일 AI 디지털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한다. 이어 다음달 각 학교에 전시본을 배포하고, 교과서를 채택하는 절차를 거친다.

사회부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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