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자연휴양림을 10배 늘린다면

올해는 단풍 소식이 유독 늦다. 유례없는 여름 폭염으로 이제야 남부지역에 첫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중부지역은 10월 말에서 11월 초순, 남부지역은 11월 중순에 단풍이 절정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단풍철이 되면 유명 산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주말과 휴일에 설악산, 내장산 등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파가 넘친다. 단풍은 멋들어지지만 오가는 길이 험난하다. 유명 산이 아니더라도 단풍 명소는 우리 근처에 많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자연휴양림이다.

국내 자연휴양림은 전국에 총 199곳이 있다. 이 가운데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가 운영하는 국립자연휴양림이 46곳이고, 나머지 공립과 사립이 각각 129곳, 24곳이다. 국립자연휴양림이 만들어진 것은 1989년 대관령자연휴양림이 처음이다. 이후 매년 1~2곳씩 조성되고 있다. 자연휴양림은 국립공원을 비롯해 경치 좋고 울창한 숲속에 자리 잡고 있어 쉬기에 안성맞춤이다. 휴양림마다 나무의 종류가 다르고, 그곳 자연환경에 맞춰 조경이나 시설의 특색을 살린 곳들도 있다.

무엇보다 깨끗한 시설과 저렴한 입장료·시설이용료가 매력적이다. 국립자연휴양림의 경우 어른 입장료가 1000원, 어린이는 300원에 불과하다. 숲속의 집 등 객실을 이용할 경우 3인실을 3만9000원에 묵을 수 있다. 1997년부터 ‘숲해설 코스’가 만들어지기 시작해 숲 전문가로부터 해설을 들을 수 있고, 중미산 오리엔티어링(지도·나침반을 이용해 목적지에 도달하는 스포츠), 지리산 한지체험 등 휴양림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체험료는 1500~3500원 수준이다.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장애인 등은 산림복지서비스이용권을 신청해 자연휴양림 등에서 쓸 수 있다. 숲을 복지 차원으로 확대한 것이다.

다른 반가운 소식이 있다. 지난달 27일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 새로운 도보 여행길이 생겼다. 안면도자연휴양림과 꽃지해수욕장을 거친다. 소나무 숲속을 걸으면서 해안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이 길은 충남 태안에서 경북 울진을 잇는 동서트레일의 서쪽 첫 구간이다. 통서트레일은 이미 경북 울진 55구간, 봉화 47구간이 조성됐다. 이번 태안지역 1~4구간 완성에 이어 연말까지 21개 구간이 추가 개통된다. 이렇게 조금씩 길을 이어 2026년에는 849㎞가 하나의 여행길로 완성된다. 국내 최초의 배낭 도보여행 장거리 숲길이다. 걷기를 좋아하는 이들의 명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2022년 산림청 조사에 따르면, 두 달에 한 번 이상 등산·도보 여행을 한 성인은 78%에 달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로 만들 수도 있다.

동서트레일은 21개 시·군의 239개 마을을 통과한다. 거점 마을은 90개다. 곳곳에 야영장도 조성된다. 이 마을들에는 젊은이와 외지인들이 찾게 되고 자연스레 경제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소멸을 극복하는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

숲은 우리 손으로 만들어낸 보물이다. 50~60년 전만 해도 우리 산 곳곳은 민둥산이었다. 국가적인 나무심기 운동을 통해 지금의 빽빽한 숲을 가꿨다. 젊은 세대에겐 ‘태어나보니 울창한 숲’이겠지만, 기성세대는 식목일마다 나무를 심으러 갔던 기억을 갖고 있다. 이렇게 조성한 산림은 660만㏊로 남한 면적의 67%를 차지한다. 잘 가꿔놓은 숲을 어떻게 보전하고 활용할 것인가. 손대지 말고 그대로 두자는 의견이 있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가치 있는 숲으로 만들자는 의견이 있다. 보다 경제적인 숲으로 만들려면, 그동안 심었던 나무를 솎아내고 새로운 수종을 심는 것이 필요하다.

자연휴양림은 더욱 늘리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만약 지금보다 10배나 많은, 쉴 곳과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자연휴양림이 만들어진다고 치자. 차로 20~30분 거리에 수목원이 있다고도 생각해보자. 멋진 일이다. 인간은 숲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 인간이 숲에 접근하지 못하면 단절되는 것에 불과하다. 인간이 숲을 보호하면서, 그 속에서 숨 쉬는 것이야말로 공존이다.

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조영주 본부장 yjch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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