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기자
집값 상승에 국내 금융기관의 담보대출이 작년 하반기 이후 큰 폭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금융기관 대출은 47조2000억원 늘었는데, 이중 담보대출이 35조3000억원으로 신용대출(11조9000억원)에 비해 약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보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과 비주택 부동산담보대출이 올해 상반기 각각 17조1000억원, 19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의 경우 주담대와 비주담대가 각각 18조3000억원, 23조6000억원 늘었다. 반면 비은행은 주담대(-1조3000억원), 비주담대(-4조1000억원) 모두 줄었다.
다만 연체율은 기업과 비은행을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주담대의 경우, 가계 연체율이 올해 2분기 0.21%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기업의 연체율은 저축은행이 14.1%, 상호금융이 6.0%로 2022년 1분기 각각 1.8%, 2.8%에 비해 큰 폭 상승했다. 비주담대도 비은행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2분기 은행의 비주담대 연체율은 0.15%였으나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은 각각 13.6%, 5.4%를 기록했다. 담보별로 보면 토지(5.7%)와 상업용부동산(6.2%)의 연체율이 작년 1분기 각각 2.9%, 3.5%에 비해 큰 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주담대의 경우, 최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60% 초과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차입 가계의 채무 부담 증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계 주담대 중 LTV 60%를 초과하는 주담대는 올해 6월 말 155조2000억원으로 2020년(109조3000억원)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이는 대출규제 완화, 실수요자 지원정책 강화, 주택 매수수요 확대 등에 주로 기인하며 일부 담보가치 재평가 요인도 작용했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특히 비은행의 고 LTV 대출 연체율 상승폭이 컸다. 상호금융의 경우 LTV 40~60% 구간(1.21%)에 비해 60% 초과 구간(2.17%)이 1.8배 높았다. 저축은행도 40~60% 구간(2.28%)보다 60% 초과 구간(5.03%) 연체율이 2배 이상 높았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가격 상승 기대 등으로 대출이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여건이 악화될 시에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큰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비주담대는 상업용부동산 시장 부진에 따른 우려가 잠재해 있다고 진단했다. 자영업자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은 2022년 1분기 6.4%에서 2분기 8.0%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수익률은 최근 들어 소폭 반등했지만 2022년 대비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주로 상가가격 하락에 기인한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향후 소비심리 회복이 지연될 경우, 상업용부동산 시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어 관련 대출에 대한 리스크를 유의할 필요성도 커졌다.
비은행을 중심으로 자산건전성이 저하되고 있어 더욱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단 평가가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은행을 중심으로 고 LTV 주담대가 증가하는 등 채무부담 누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담보대출에 대한 과다차입을 방지하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중심으로 대출 취급단계에서부터 건전성 관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은행의 경우 비주담대를 중심으로 담보대출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데, 상업용부동산 시장의 부진이 나타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이들 대출에 대한 부실위험을 점검하는 한편 선제적인 대손충당금 적립 등 향후 부실 증대 가능성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