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쓰의 재발견]⑤日, 62조 경제 손실…'관점 바꾸니 '금맥''

도우카이린 소노코 '오이식스' 집행임원 인터뷰
신선식품 유통·판매에 '그린 프로젝트' 도입
식품 관련 사회 문제 비즈니스로 해결 목표
2021년부터 3년간 푸드 로스 118t 절감

"푸드 업사이클링은 농가와의 상생은 물론 버려지거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식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성장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신선식품 유통·판매 전문기업 '오이식스 라 다이치(Oisix ra daichi·오이식스)'의 도우카이린 소노코 집행임원(이사)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의 잠재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도 가정이나 식당, 사업장 등에서 쓰레기로 처리되는 음식물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았던 식품 부산물을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만들고, 환경 문제를 개선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푸드 업사이클링에 대한 관심도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우카이린 소노코 오이식스 집행임원이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푸드 업사이클링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오이식스는 신선식품과 유기농 식품 등을 정기배송하는 구독 서비스 플랫폼이다. 고객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통해 "평범한 가정에 풍부하고 다양한 식단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가정간편식(HMR)을 비롯한 다양한 식료품을 취급한다. 가입자 수는 올해 3월 기준 36만8000여명이다. 이 회사가 푸드 업사이클링 사업에 진출한 것은 2021년 7월이다. 상품 기획과 제품 개발 전문가인 도우카이린 이사가 리더를 맡아 시작한 '그린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도우카이린 소노코 오이식스 집행임원이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푸드 업사이클링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도우카이린 이사는 "식품과 관련한 사회적 문제를 사업적으로 해결해보자는 취지로 결성한 프로젝트"라며 "환경 문제와 밀접한 분야가 '푸드 로스(먹을 수 있는 상태인데 버려지는 식품)'라고 판단해 이를 우선순위로 두고 사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푸드 업사이클링이라는 용어를 내걸고 관련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한 기업은 오이식스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그는 "과거 제품 개발 담당자로 일하면서 농산물 산지나 공장 등에서 푸드 로스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를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낸다면 향후 일본에서도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근검절약을 미덕으로 여기는 일본에서도 버려지는 음식물에 대한 고민이 깊다. 일본 농림수산성과 환경성 등이 추산하는 식품 손실량은 지난해 기준 약 522만t. 이를 폐기하는데 드는 경제적 손실은 연간 6조7500억엔(약 62조원) 규모로 일본 연간 국가 예산의 약 6.3%에 달한다.

더욱이 일본은 식량자급률(한 나라의 전체 식량 소비량에서 자국산 식량이 차지하는 비율)이 2020년 기준 37% 미만으로, 낮은 편이다. 같은 기간 호주는 200%, 미국 132%, 프랑스 125%, 영국 65% 등이다. 우리나라는 45%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식품재활용법을 통해 식품 기업에서 발생하는 식품 손실을 2000년도(547만t) 대비 2030년도까지 50% 삭감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기업들이 적극 동참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도 푸드 셰어링(Food Sharing)이나 푸드 업사이클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오이식스가 올해 7월까지 3년간 개발한 푸드 업사이클링 상품 수는 112개다. 대표적으로 브로콜리 줄기나 가지의 꼭지·무 껍질 등 이전까지 상품성이 없다고 여겼던 채소 부산물을 활용한 스낵 칩이 있다. 표면에 상처가 나 유통하지 못한 바나나를 얼려서 만든 스무디용 프로즌 바나나와 매실주를 담그고 남은 매실을 말린 건과일, 커피를 추출한 찌꺼기에 가공 초콜릿을 입힌 초코볼 등도 인기 메뉴다.

오이식스는 정기배송 회원을 대상으로 이를 주문 판매하거나 편의점,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매장에도 일부 공급하고 있다. 이들 제품의 포장지에는 업사이클 표시를 별도로 새긴다. 실제 유통하는 제품을 먹어보니 맛이나 식감이 기성품과 비교해 전혀 뒤처지지 않고, 디자인이나 구성에서도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오이식스가 푸드 업사이클링을 통해 협업하는 산지와 식품 관련 사업자 등으로부터 공수하고 절감한 푸드 로스의 양은 올해 7월 기준 누적으로 118t에 달한다. 산지 생산자 입장에서도 버려지던 농·수산물 자투리 등을 통해 부가 수익을 내기 때문에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 생산을 위한 아이디어를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

(왼쪽부터)매실주로 사용했던 매실을 활용한 건과일과 흰새우 껍질을 사용한 스낵, 커피 찌꺼기에 가공 초콜릿을 입힌 초코볼 등 오이식스가 생산하는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 포장지 상단에는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임을 나타내는 로고가 인쇄돼 있다.

도야마현 호쿠리쿠의 3대 수산물로 꼽히는 흰새우 껍질을 활용한 새우칩이 대표적이다. 이전까지 흰새우 무게의 약 60%를 차지하는 머리와 껍질은 염분 때문에 퇴비로도 사용하기 어려워 모두 소각했다. 이렇게 버려지는 것을 아까워한 가공업체 직원이 오이식스 측에 푸드 업사이클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문의해 상품 개발에 착수한 것이다. 구멍이 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미역 줄기를 활용한 현미 스낵도 생산자 목소리를 반영한 제품이다.

도우카이린 이사는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이 환경 문제를 개선하는 데 분명 효과가 있다"면서도 "친환경에만 너무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맛있고 새로운 형태라는 가치를 부각하는 것이 관련 시장을 확장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도 이를 반영한 아이디어와 상품 개발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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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경제부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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