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혜원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연임 도전을 공식화한 가운데 ‘원조 친노(친노무현계)’로 불리는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이 이 전 대표의 대항마로 나섰다. 김 전 의원은 “‘이재명 일극체제’로 치닫고 있는 민주당의 붕괴를 더는 지켜볼 수 없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김 전 의원은 11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지난 총선에서 공천과정이라든지, 최근에 우리 당헌당규 개정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보면서 당원들은 ‘제왕적 대표’라고 많이 느끼고 있다”면서 “1인 정당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당대표 경선은 김지수 청년 후보와 저 세 사람이 나왔지만 최고위원은 열세 명이 나왔는데 이들 모두 이재명 대표와 얼마나 친한가를 강조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으로 만들겠다’ 이렇게 자처하는 걸 보면서 오히려 그것을 반증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본다”고 했다.
최고위원 후보가 ‘친명(친이재명계)후보 뿐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최고위원 5인을 뽑는 것은 당내 다양한 목소리가 모이게 하기 위함인데 지금 5인 1색이면 최고위원을 왜 뽑는가”라며 “민주당이 잘못돼가는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계신다”고 지적했다.
‘당내에 김 전 의원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는 의원이나 세력이 있는가’를 묻는 데에는 “원외위원장 중에서 저를 지지하겠다는 사람이 상당수 있지만, 굳이 지금 오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최근에 국회의원들이 많이 전화를 해줬고, 어떤 의원들은 지지하겠다고 했지만 그냥 지지하지 말라고 했다”고 답했다.
‘김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면 강성 당원들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을 염려한 조치인가’를 묻는 데에는 “그런 염려가 충분하지 않겠나. 그게 우리 당의 현재 상황”이라며 “지금 강성 당원들은 그러고도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강성 당원들이 김 전 의원을 이른바 ‘수박’(비명계 인사에 대한 멸칭)이라고 지칭하는 것에 대해 “수박은 전형적인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 분류하는 방법”이라면서 “저는 민주당이 수박논쟁이 아닌 민주당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1인 정당’·제왕적 대표는 결코 민주당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성과 역동성, 연대로 승리하는 민주당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지금 당심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참여정부 시절 경남 남해군수에서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장관에 발탁된 김 전 의원은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경남 양산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전날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만났다. 친명계의 당 장악 이후 소수파로 몰린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적자’로서 이번 당권 경쟁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동시에 이 전 대표의 약한 지지기반인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을 확실한 자기 세력으로 삼아 당권주자로서의 보폭을 넓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