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민기자
국민의힘이 18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상임위원장 일방 선출과 상임위 강제 배정을 두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이런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 구성 협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에 더해 국회 논의 사안을 사법부로 가져간다는 무력감 때문이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 등 10여명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국민의힘 의원 108명이 청구한 국회 상임위원회 강제 배정 및 상임위원장 선출 무효 확인을 위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0일 국회 제2차 본회의에서 운영위원장 등 11개 상임위원장 선출과 해당 상임위에 여당 상임위원 강제 배정 및 나머지 11개 상임위 배제 결정에 대해 "반헌법적, 독재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미래통합당 시절이자 21대 국회가 개원한 2020년에도 민주당 출신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의 상임위 강제 배정에 반발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한 바 있다.
이번 헌재 청구는 4년 전 주호영 당시 원내대표 단독 명의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과 달리 22대 임기가 시작되는 모든 여당 의원이 청구인이 돼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위반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취지라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다만 원 구성 협상이라는 국회 내부 문제를 사법부에 해결해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회 원 구성은 의회의 자율권에 속한 문제이고, 헌재의 권한쟁의 심판 대상이 아니다"며 "모든 문제를 사법부로 끌고 가는 것은 그만큼 정치력이 부재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또 "걸핏하면 법원이나 헌재에 제소하는 정치는 정치의 사법 예속화를 초래하게 되고 나아가 국회 무용론도 야기될 수 있다"며 "정치는 대화와 타협이 기본이다. 힘들더라도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가라"고 당부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헌재에 제소했다고 하더라도 판단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2020년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권한쟁의심판도 3년 뒤인 2023년 9월 각하 결정이 난 바 있다.
여당은 당내 특위 회의와 현장 방문 등을 통해 법안을 발의하고, 정부와 소통하고 있지만, 상임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명확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 여권 인사는 "여야 대치 상황에서도 민생을 위해 무언가 해보려는 활동은 이어져야 한다"며 "입법으로 이어지려면 원 구성 협상이 타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