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던 데서 늙겠다'…'1인당 200만원' 집수리 비용주는 日[시니어하우스]

[13]"살던 데서 늙겠다"면 집수리 비용 대주는 일본

일본 정부, 개호보험으로 노인 1인당 200만원 지원
주택개조사업 활발해져…최대 14조원 시장

살던 집에 있고 싶어하는 한국 노인에게 필요한 제도

일본 노인이 주택 개조 서비스를 신청해 계단 옆 경사로를 설치한 주택의 모습. 휠체어가 쉽게 지나다닐 수 있게 됐다. 사진출처=산쿄 알루미늄(三協アルミ社) 홈페이지

일본 노인들은 노인주택에 입주하지 않고, 정부 지원을 받아 원래 살던 집을 고쳐서 살기도 한다. 집수리의 핵심은 세 가지다. ‘휠체어를 타고 집 안을 돌아다닐 수 있도록 현관과 방의 문턱을 제거한다’ ‘문 손잡이는 길고 마찰력 있는 안전 손잡이로 바꾼다’ ‘곳곳에 미끄럼방지판 패드를 깔아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낙상사고를 막는다’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가 지원금을 줘서 개조를 할 수 있었다. 후생성은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보험에 해당하는 개호보험을 통해서 주택 수리를 지원한다. 요양등급이 있는 노인들이 집수리를 원하면 1인당 20만엔(약 200만원)까지 보태준다. 이 보조금 덕분에 고령자를 위한 주택 개조 전문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도쿄에서 만난 노인복지정책 전문가인 미쓰비시UFJ 리서치의 이와나 레이스케 책임연구원은 "노인주택은 더 지을 곳이 없을 정도이나, 이와 관계없이 노인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살던 곳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주택을 수리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이 같은 집 개조 지원 서비스는 ‘노인주택 개조 서비스 산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영역이 확장됐다. 이와나 책임연구원은 "일본에서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노인이 내년엔 700만명에 달한다"며 "최대 14조원 규모의 시장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3일 이와나 레이스케 미쓰비시UFJ리서치&컨설팅 정책연구사업본부 책임연구원이 아시아경제와 만나 일본 노인주거정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유진 기자

도쿄 외곽의 단독주택에 사는 마쓰모토 도모코 할머니(82)는 "노인주택 입주도 고민해봤지만, 아직 혼자 살만해서 2년 전에 정부에서 비용 도움을 받아 집을 개조했다"며 "문 앞에 경사로가 생긴 이후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것이 편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네에 이렇게 개조한 이웃들이 꽤 있다"며 "예전에는 누가 집에서 넘어져서 못 일어난다는 소식이 자주 들렸는데, 그런 이야기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주택을 개조해 사는 노인들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의사, 간호사들이 집마다 돌아다니며 자택에 사는 노인들을 24시간 살펴본다.

이경락 유원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일본에서는 노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의 대부분이 20~30년 전 지어진 단독주택"이라며 "그때는 고령화가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고 ‘배리어프리(barrier free·무장애)’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던 시기였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살던 집에 계속 살고 싶어도 불편한 부분이 많아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집수리는 우리나라 노인들에게도 필요한 정책이다. 유애정 건강보험연구원 통합돌봄연구센터장은 "대도시에 사는 어르신들이 워낙 많아 이들이 후기고령자가 되더라도 모두 시설에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노인들이 사는 아파트의 화장실 세면대와 주방 개수대 높이를 조절하고, 현관 턱을 없애는 방식의 아파트 개조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쿄(일본)=특별취재팀>

[13]"살던 데서 늙겠다"면 집수리 비용 대주는 일본

경제금융부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건설부동산부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사진팀 강진형 기자 aymsdre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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