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비 0원인데…'치킨 3만원' 푸념은 왜 나올까[조선물가실록]

⑮소비자 '배달비 무료'에 반색
점주는 배달앱 수수료 올라 '울상'
"팔수록 손해, 음식값 올려야할 수도"

'치킨 3만원 시대'의 주범으로 꼽혔던 배달비가 '0원'이 됐다. 그간 높은 배달비 탓 외식비 물가가 상승한 것 아니냐는 불만까지 일기도 했지만 배달 앱(애플리케이션)업계가 '무료 배달' 정책으로 선회하면서 소비자들이 반색하는 분위기다. 반면 점주들은 배달앱이 수수료를 올려 부담을 떠안았다며 손해가 커지면 결국 음식값을 올릴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치킨 자료사진.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

28일 통계청의 외식비배달지수(실험적 통계)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들의 배달비 부담이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11월 지수를 100으로 놓고 볼때 2023년 12월 104.3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1월, 2월, 3월은 각각 99.2, 99.2, 97.9로 낮아졌다.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기준시점보다 물가가 상승했음을, 100보다 낮으면 하락했음을 나타낸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사진제공=연합뉴스

쿠팡이츠는 지난달 25일부터 쿠팡 멤버십 회원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달의민족(배민)은 지난 1일부터 여러집 배달을 함께 가는 알뜰배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요기요는 이달 5일부터 요기배달(실속배달·한집배달)로 최소 주문금액 1만5000원 이상 주문하면 배달비가 무료다.

배달비 사라지자 소비자 '환영'…점주는 '울상'

배달비는 그간 외식비 물가 인상을 자극하는 주범이었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외식배달시장의 몸집이 커지고 배달플랫폼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소비 형태가 보편화되면서 배달비가 급격히 상승한 탓이다.

배달비는 거리, 배달 형태, 시간대, 기상 여건 등에 따라 수시로 변동되는 것을 감안해도 음식값보다 배달비가 비싼 사례가 나타나면서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비판이 커졌다. 정부가 외식비배달지수를 내놓은 이유도 외식물가 상승 요인에 배달비가 어느 정도 차지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외식비 부담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배달비가 무료가 되면서 소비자들 반색하고 있다. 앱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가 지난 9일 내놓은 '배달앱 시장 분석리포트'를 보면 사용자 수 기준 3위를 기록하던 쿠팡이츠는 '배달 무료' 선언 이후 2위인 요기요를 뛰어넘었다. 3월 초 1만건 대에 불과했던 쿠팡이츠 앱 설치 수도 배달비 무료화 발표 당일인 같은 달 18일 4만건대로 급등했다.

문제는 배달업계의 출혈경쟁에 자영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중개·카드 수수료, 배달료 등 배달 플랫폼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큰데 올해 들어 주요 배달앱이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사실상 '무료배달비' 부담이 점주들에게 쏠리고 있다.

배민은 지난 1월 정률제 요금제 '배민1플러스'를 출시했는데 중개수수료(6.8%), 결제 수수료 1.5~3%를 점주가 부담한다. 이전 요금제에선 점주들의 배달비 부담이 1000~2000원 수준이었지만, 새 요금제에서는 배달비를 2500원~3300원으로 책정했다. 게다가 정률제인 만큼 매출이 늘어날수록 수수료가 더 많이 붙게 된다. 쿠팡이츠 새로 도입한 '스마트 요금제'의 경우 수수료는 매출액 기준 9.8%이다. 이외 배달요금 2900원, 결제 수수료 3%, 부가세 10%를 낸다.

새 요금제는 강제는 아니다. 하지만 신규 요금제를 쓰는 점주에게만 무료배달이나 할인혜택, 앱 화면 노출 빈도를 늘리는 우대 조치가 있는 만큼 점주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점주가 최대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배달앱 수수료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사진출처=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최대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토로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점주는 매출액은 3만1000원이지만 주문중개수수료(3038원), 카드수수료및결제이용료(930원), 배달요금(2500원), 부가세(647원)를 제하면 정산 금액이 2만3000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배달 1건 수수료인데 이게 말이 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치킨 브랜드 점주들도 배달 수수료와 배달비가 점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최근 BHC치킨과 교촌치킨, 굽네치킨, BBQ치킨, 푸라닭 등 전국 5대 치킨 브랜드 점주들 대표 5인은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치킨값을 지금보다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2만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팔면 배달 수수료와 배달비 6000원을 떼인다"며 "팔면 팔수록 이익을 보기는커녕 손해를 보는 역마진 현상이 전국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장사를 접어야 하거나 음식 가격을 올려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치킨 한 마리에 3만~4만원 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경고했다.

기획취재부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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