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테니스 치는 느낌이었다'…이세돌, 알파고와 대결 당시 회고

"AI 기술 필요해…중요한 건 속도 조절"
"AI에 바둑 배우는 것, 정답지 보는 느낌"

2016년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세기의 대결을 펼친 이세돌 9단이 AI 발전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세돌은 19일 구글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알파고와 대결을 회상하며 "바둑에서 '승부 호흡'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알파고는) 전혀 그런 게 없었다"며 "벽에다 대고 테니스를 치는 느낌이 들었다. 또 (바둑을) 너무 잘 둬서 괴리감이 들었다"고 했다.

앞서 이세돌은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3연패를 당한 후 4국에서 승리를 따냈다. 이세돌의 1승은 지금까지 알파고가 당한 유일한 패배다.

이세돌 9단. [이미지출처=구글코리아 유튜브]

이세돌은 "3연패를 당하고 특히 3국에서 정신적으로 지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면서 "4국에서 승리해 체면을 차렸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당시 '고생한다', '나머지 대국 좀 힘들겠지만, 최선을 다해달라'는 응원글이 많았다. 그런 글들이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세돌은 AI의 출현으로 바둑을 배우는 과정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그는 "제가 예전에 배웠던 바둑은 혼자 고민하고 둘이 만나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그런 예술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AI를 보면서 바둑을 배운다는 게 정답지를 보는 것 같았다. 물론 좋은 점도 있겠지만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들이 많다"고 했다.

이세돌은 AI의 기술에 대해 "가장 중요한 건 속도 조절"이라며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선 AI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속도를) 잘 조절해가면서 확실한 원칙·기준에 한해 개발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다시 태어나도 바둑을 배우겠느냐'는 질문에 "바둑을 배울 수는 있다. 즐기면서 할 수는 있지만 '바둑 프로가 될 거냐'면 생각이 다르다"고 했다. 이어 "예전에는 '다시 태어나도 바둑을 배울 거고 프로기사도 꼭 할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말했지만, 알파고가 나온 후부터는 생각이 달라졌다. 바둑은 배우되 아마 다른 쪽, AI를 만드는 쪽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이슈&트렌드팀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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