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앞으로 애플이 운영하는 앱 스토어의 외부 결제가 전면 허용된다. 앱 스토어에 입점한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업체들은 인앱 결제 방식보다 더 값싼 가격의 방식으로 유저들에게 결제를 유도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애플은 앱 개발사 측에 앱 스토어 내 결제를 뜻하는 인앱 결제 시스템을 의무 적용하면서 수수료 약 30%를 받아왔다.
미국 대법원은 16일(현지시간)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결제 방식을 둘러싸고 애플과 에픽게임즈가 각각 제기한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하급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됐다. 애플의 앱 스토어 정책이 반독점법을 어긴 건 아니지만 애플이 앱 스토어 밖 다른 결제 방식을 불허한 점은 공정 경쟁 위반이라는 게 판결의 골자다.
애플과 에픽게임즈 간 소송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플은 앱 개발사 측에 앱 스토어 인앱 결제 시스템을 의무 도입하게 하고, 거래액의 약 30%를 수수료로 챙겨왔다. 이에 에픽게임즈가 수수료를 내지 않기 위해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고 애플이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를 앱 스토어에서 퇴출했다. 그러자 에픽게임즈는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법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애플이 반독점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지만 앱 스토어 밖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지 않는 건 애플이 시장 경쟁을 제한한 것으로 판단했다. 애플과 에픽게임즈는 모두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이날 기각 결정하면서 앱스토어 외 다른 결제 시스템도 가능하게 됐다.
이번 판결로 앱스토어 내 결제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유저들의 콘텐츠 결제를 유도하는 게임 앱 개발사들이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애플은 2022년부터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등 일부 구독형 앱만 외부 링크 결제를 가능하게 했지만 수익성이 높은 게임 앱에 대해서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에픽게임즈 최고경영자(CEO) 팀 스위니는 X(옛 트위터)에 "오늘부터 개발자들은 미국 고객들에게 더 나은 가격을 웹에서 알려줄 수 있다"고 썼다.
리서치 회사인 센서타워에 따르면 앱 스토어 내 유저 지출은 올해 1820억달러, 2025년에는 20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판결로 애플은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수익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1.23% 떨어진 183.63으로 마감했다. 애플 주가는 올해 들어 4.6% 하락했다.
한편 에픽게임즈는 애플과 같은 결제 시스템을 운영해오고 있는 구글과 벌인 소송에서 지난달 1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 구글은 경쟁 앱스토어를 제치기 위해 스마트폰 제조업체, 대형 게임 개발사 등에 수수료를 배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구글은 1심 판결에 항소하고 자사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법원 판결에 따른 앱스토어 정책 변경으로 애플, 구글이 입게 될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분분하다"고 전했다. 앱스토어 내 입점 개발사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외부 결제를 유도하면 애플, 구글이 큰 타격을 입겠지만 많은 유저는 기존 앱 스토어 결제 환경에 더 익숙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