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한기자
최태원기자
“회사가 서초동에 있어서 지하철을 매일 이용한다.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왔는데 괜한 걱정을 했나 보다. 평소랑 비슷한 것 같아 다행이다.”(회사원 김모씨)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9일 경고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오전 출근시간대 열차는 정상 운행돼 우려했던 '출근 대란'이 빚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민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평소보다 일찍 나오거나 바삐 움직였다. 운행 감축이 예상되는 퇴근길에 대한 걱정도 이어졌다.
9일 오전 7시30분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사당역에는 '왜 시민과 노동자에게 떠넘깁니까', '착한적자 외면하는 나쁜정부', '안전 인력 2200명 감축' 등의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곳곳에 붙었지만, 별도의 파업 안내방송은 나오지 않았다. 사당역은 2호선과 4호선 환승역으로 출퇴근길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다. 출입구마다 2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빼곡히 줄을 섰고, 열차에 한 번에 탑승하지 못해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현장 안전요원은 "출퇴근시간 때 워낙 붐비는 지역"이라며 "평소보다 사람이 많이 밀리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지하철 파업에 우려를 나타냈다. 강남역으로 출근하는 30대 직장인 장모씨는 "평소랑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하겠다"면서도 "노사가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한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잘 협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씨도 "파업을 하는 것을 알고 평소보다 조금 일찍 출발했다"며 "출퇴근 시간 지하철 지연은 최대한 없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퇴근길 걱정도 이어졌다. 경기 안양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한다는 조모씨는 "어젯밤 친구가 파업한다는 뉴스를 공유해줘서 알게 됐다"며 "출근길은 평상시랑 비슷한 것 같은데 퇴근길에도 큰 불편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1·2호선 환승역인 시청역의 상황도 비슷했다. 역사 내 곳곳에는 '노조 파업이 예고돼 1, 3, 4호선 일부 전동열차 운행이 조정됨', '바쁘신 고객은 타 교통수단을 이용해 주시기 바란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신모씨(32)는 "혹시 몰라 20분 정도 빨리 나왔는데 지연 등 불편은 없었다"며 "파업을 꼭 해야겠다면 오늘처럼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모씨(28·남)는 "집에서 나올 때만 해도 파업인 것을 알지 못했는데 출근길엔 문제가 없어서 다행이다"면서도 "장애인 시위도 많았고 지하철에서 문제가 계속 일어나는데 대중교통을 볼모로 무언가를 요구하는 건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일부 지하철 노선에서는 열차 고장 등이 발생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이날 오전 6시45분께 4호선 미아역에서 코레일이 운행하는 열차 고장으로 승객이 전원 하차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열차는 15분 정도 지연됐다. 이날 오전 7시50분께 8호선 복정역에서도 열차 고장으로 출입문이 닫히지 않아 열차가 수 분간 정차했다.
서울교통공사노조(1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경고파업은 9~10일 이틀간 진행한다. 다만 2·3노조인 통합노조와 올바른노조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시와 공사는 출근시간대는 평시 대비 100% 운행되지만, 전체 지하철 운행률은 평시 대비 82%, 퇴근시간대에는 87%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시와 공사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1만3500명의 인력을 확보하고 시 직원 125명을 역사 근무 지원 요원으로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