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주도 몰랐던 '깜깜이' 신탁 계약…뒤집어진 목동 7단지

예비신탁사 선정 관련 규정 없어
법적 효력 없다지만, 관행상 OS 활동 가능
국토부, "관리·감독 필요성 확인할 것"

서울 양천구 목동 대표 재건축 단지인 목동신시가지7단지(목동7단지)가 시끄럽다. 신탁과 조합 방식 사업을 놓고 소유주간 논의가 한창이던 중, 한 소유주 단체(임의)가 ‘예비 사업시행자(신탁사) 선정 입찰 공고’를 내고 예비신탁사를 선정해서다.

하지만 정비사업 및 신탁사업 규정에 예비신탁사라고 하는 용어 및 제도 자체가 없어 위법 여부에 대한 검토도 어렵다. 국토교통부는 예비신탁사 제도 자체가 없어 효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신탁업계 관행에는 예비신탁사는 앞으로 공식적인 OS(홍보요원) 활동이 가능하다. 신탁방식, 그중에서도 예비신탁사 선정과 관련된 규정이 없어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이에 대한 개선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목동7단지 전경.[사진제공=목동7단지 재건축준비위원회]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람코자산신탁(코람코)을 예비신탁사로 선정했다고 발표한 목동7단지에서 신탁사업 사업자 선정과 관련된 절차의 제도적 미비점이 드러났다는 반응이다.

소유주 의견 수렴 없는 ▲특정 사업방식 추진 ▲나라장터 입찰 공고 등록 ▲ 예비신탁사 업무협약 체결 등의 일련의 절차가 한 소유주 단체를 통해 진행됐지만, 이를 제지할 수 있는 어떠한 신탁 규정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신탁방식 사업을 체결한 단지 모두 신탁과 조합 방식에 대한 소유주 의견을 수렴한 후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은 상황에서 입찰 공고를 내고 예비신탁사를 선정했다. 이후 관할 관청으로부터 정비구역 지정을 득하게 되면 정식적으로 사업시행자(신탁사)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목동7단지의 예비신탁사 선정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졌다. 사업방식에 대한 소유주의 의견수렴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신탁사 선정을 주도한 정비사업추진위원회(정추위)는 소유주 대상 사업방식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소유주 대다수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한다.

설문이 이뤄졌으면 결과를 공개하라는 소유주 요구에도 정추위는 이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신탁방식을 택한 단지에서 소유주 과반수가 참여한 설문 찬성률을 공개하고 예비신탁사를 선정한 것과 비교된다.

입찰 공고 진행 과정도 논란이다. 일반적으로 입찰을 공고할 때 소유주에게 공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대다수의 소유자는 공고 내용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정추위는 지난 6일 사전공지 없이 나라장터에 ‘예비 사업시행자(신탁사) 선정 입찰 공고’를 내고, 열흘 후인 16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두 시간 동안 현장 서류접수로 신청을 받았다. 그 결과 코람코만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했고 MOU 체결까지 이뤄지게 됐다.

목동7단지는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4개 단지 중 핵심 입지를 차지하고 있어 ‘목동 대장주’로 불리는 곳이다.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등 여러 신탁사가 수주를 위해 공을 들이던 곳이다. 그런데 이들 신탁사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입찰 공고는 알고 있었지만, 절차상 문제가 많아 참여하지 않았다”며 “현재 목동7단지에는 복수의 추진위가 알력 다툼을 벌이고 있는데 정추위가 무리해서 사업을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목동7단지에는 2개의 소유주 단체가 재건축 사업 주도권을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기존에 재건축 안전진단부터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재건축 신청까지 진행하며 사업을 이끌어온 목동7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재준위)가 있는 가운데 최근 해임된 전임 재준위 위원장과 동대표 다수가 주축이 돼 정추위를 결성하고 이번 예비신탁사 선정을 주도했다.

이에 재준위 측은 코람코와 정추위가 예비신탁사 MOU를 맺은 것과 관련해 공식 성명서를 내고 “재준위는 2018년 2월 12일부터 재건축을 추진해온 유일한 단체”라며 “아직 사업방식 결정에 관한 투표를 하지 않았고 소유주들과 논의해 사업 방식 투표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목동7단지의 예비신탁사 업무협약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신탁사업 규정에 예비신탁사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비사업 신탁방식에 예비신탁사라는 제도 자체가 없어 법적 효력이 없다”면서도 “OS활동 등 통상 업계에서 관행처럼 이어져 오는 문제에 대해선 상황을 파악하고 관리·감독의 필요성을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건설부동산부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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