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언제? 우리가 노예냐'…잼버리 차출 공무원·공공기관 직원 '부글부글'

기획재정부,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40여개 공공기관에 지원 요청
"수천 명의 공무원이 잼버리에 매달리는 게 맞냐?" 비판

8일 부안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철수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태풍 '카눈'으로 잼버리 참가자들이 서울·경기·전북 등 8개 시·도로 분산 이동하면서, 관련 지원에 사실상 강제로 차출된 공공기관 직원들과 공무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잼버리 지원'에 동원된 공무원들과 공공기관 직원들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국산업은행 소속의 한 글쓴이는 "기재부에서 공무원은 물론 공공기관 전체 연락해서 당장 3일 후 저녁에 모이라고 강제 차출 명령이 내려왔다"며 "장소도 미정인데 일단 이름 적어내라고 하더라. 당연히 수당이나 지원금은 0원"이라고 토로했다.

신용보증기금 소속을 인증한 글쓴이는 "잼버리 차출. 우리 회사 수요 없으면 인원 조정해서 차출한단다"며 "공문도 안 띄우고 메일로 보냈다. 왜 우리가 가야 하냐"고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댓글에 "차출해서 뭘 시키냐"는 질문이 달리자 글쓴이는 "메일 보니까 인력 인솔, 케이팝 공연 시킨다더라"고 전했다.

한국공항공사 소속의 글쓴이는 "우리도 간다. 공기업이 노예야?"라며 불만을 드러냈고, 한국전력공사 직원임을 인증한 글쓴이는 "공기업이 호구인 건 맞는데 이건 정도를 넘어선 거 아니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출처=블라인드]

공무원들도 잼버리 지원 인력 차출을 비판하는 글을 다수 올렸다.

공무원이라고 소속을 밝힌 글쓴이는 "하루 만에 숙소 몇십 개 빌려 당장 애들 이동하는 시간 안에 밥이랑 잘 준비하는 데 청 내 거의 모든 직원이 동원됐다"며 "12일까지 모든 업무 스탑하고(멈추고) 수천 명의 공무원들이 잼버리에 매달리는 게 맞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서울시청 소속 글쓴이는 "우리는 강제 차출 분위기"라면서 "행사를 망친 사람 따로, 똥 닦는 사람 따로"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우리는 소방인데 잼버리 숙소 지킴이로 차출됐다"며 "우리 팀은 인력도 없는데 구조대라는 이유로 강제 차출됐다"고 호소했다.

이 외에도 "공공기관에서 인원을 차출해 강제 봉사활동을 하란다. 그것도 금요일 저녁에", "시대가 어느 때인데 자원봉사 명목으로 무급노동 시키는지",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지냐" 등 불만과 비판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사진출처=블라인드]

앞서 기획재정부는 잼버리 조직위원회의 요청을 받아 산업은행·수출입은행·마사회 등 40여개 공공기관에 오는 11일 열리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K팝 콘서트' 지원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 직원 약 1000명이 동원될 것으로 전해졌으며, 기관별로 적게는 10명 많게는 40명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 직원들은 K-POP 콘서트 당일인 11일 잼버리 대원이 탑승하는 버스에 1명씩 배치되어, 이들을 콘서트 장소인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인솔하고 공연 후 숙소까지 데려오는 역할을 맡는다.

이에 노조도 반발하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사측은 노조와의 사전 합의 등의 절차를 무시하고 인력 파견을 추진하고 있다"며 "단체협약 위반이 확인될 경우 사측에 엄중히 대처하겠다. 공공기관 직원들을 홀대하는 기재부에 대해서도 법적 근거를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금융노조는 입장문을 내고 "잼버리 대회 실패를 막기 위해 정부가 막무가내, 주먹구구로 인력을 동원하고 있다"며 "말은 ‘협조 요청’이지만 거의 전시 강제 징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직원 차출의 법적 근거가 없고, 진행 인력들의 안전은 뒷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데도 금융 공공기관이 기재부의 명을 거역할 수 없는 것은 예산과 임금을 틀어쥔 '갑’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슈2팀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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