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먼 JP모건 CEO '美·中 신냉전, 구냉전보다 더 복잡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국제질서를 뒤흔들면서 과거 냉전시대보다 기업환경이 더 복잡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3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JP모건 글로벌 차이나 서밋에서 진행된 비공개 연설에서 다이먼 CEO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런 복잡성을 겪어본 적이 없다"며 "과거 냉전시대는 이 같은 (신냉전 시대) 복잡성의 범주에는 속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첨단기술·과학·군사안보 등의 분야에서 벌이는 패권 다툼이 과거 냉전시대 미국·소련 관계와는 다른 측면에서 역사상 최악의 기업환경을 초래하고 있다는 경고인 것이다.

지난 2월 중국 정찰풍선이 미국 영공을 침범한 이후 미·중 관계는 급격히 악화했다. 반도체 공급망 문제에서 미국이 반도체 장비 강국인 일본·네덜란드 등 동맹과의 결속을 강화해 '중국 때리기'에 나섰고, 이에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에 대한 보복 제재를 가하면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베인앤드컴퍼니와 캡비전 등 미 컨설팅 기업과 실사업체 민츠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압박 강도를 연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복잡성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경제 둔화로 가시화되고 있다. 외신들은 다이먼 CEO의 경고가 미·중 관계 악화를 배경으로 중국 제조업 등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성적표가 나온 날 제기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중국 제조업 지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세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중국의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8.8로, 2개월 연속 50을 밑돌면서 경기 수축 국면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달(49.2)보다 소폭 낮은 것은 물론 시장 전망치(49.8)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중국 경제의 주요 동력인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산업생산과 소비 등의 지표도 암울하다. 중국 내수 경기를 가늠하는 소매판매액은 4월 전년 동기 대비 18.4%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20.1%)를 밑돌았다. 제조업 동향을 반영하는 산업생산은 같은 기간 5.6% 증가하는 데 그쳐, 역시 시장 예상치(10.9%)를 크게 밑돌며 소비보다 더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한편 다이먼 CEO는 미·중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도 중국 내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미국 금융 시스템은 투명성과 투자자 보호, 법치주의에 따라 작동한다"고 소개하면서 "(미·중 갈등에 더해) 중국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구냉전 이후 미 외교를 진두지휘했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바이두의 로빈 리 CEO 등 3000여명의 글로벌 기업·경제·외교 분야의 인사들이 참석해 비공개로 진행됐다.

국제1팀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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