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증시]②돈 몰렸던 채권도, 미세한 회복세 부동산도 ‘글쎄’

주요 공제회 CIO, 미국·유럽 등지서 대체투자 리스크 점검
국채 매력 떨어지고 크레딧물 담기는 여전히 불안

주요 기관들이 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는 건 현재 주식·채권·부동산·대체투자 등 중에서 그나마 리스크가 적은 곳이 주식 쪽이라는 판단에서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은 해외 부동산 및 대체투자의 리스크 점검을 위해 미국·유럽 등 글로벌 각지로 출장을 다녀왔다. 미국 등 해외 부동산, 특히 상업용 부동산 부실이 커지면서 현지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보고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글로벌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한국법인 고위 관계자는 "요즘은 미국 오피스빌딩이 뜨거운 감자"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 22층짜리 사무용 건물의 가치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3억달러(약 4000억원)에서 현재 6000만달러(약 800억원) 정도로 급감했다. 가격이 80%가량 급락한 것이다. 무디스가 집계한 올해 1분기 미국 사무실 공실률은 19.0%에 이른다. 1992년 이후 31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C 공제회 CIO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과 관련해 현지 운용사들을 만나고 왔다"며 "기존에 약정한 펀드들이 있고 추가 검토 중인 건도 있다"고 설명했다.

D 공제회 CIO 역시 유럽 출장에서 투자건들의 부실 리스크를 점검 중이다. E 공제회 관계자는 "저희도 직원들을 보내놨는데 (오피스 가격이) 계속 빠지는데 지켜보는 수밖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터지는 것처럼 국내서도 사실 터져야 하는데 당국에서 관리하고 있어서 조용히 넘어가고 있는 것"이라며 "사실은 한국도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주요 공제회들의 경우 대체투자 비중이 커서 추가 투자 여력이 없다는 점도 기관들이 증시로 눈을 돌리는 주된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지방행정공제회 78%, 교직원공제회 70% 등 주요 공제회의 대체투자 비중은 상당히 큰 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주식 밖에 갈 곳이 없다"며 "대체투자의 경우 일부 공제회들이 비중이 너무 커서 추가 투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권 투자가 매력적인 시점도 지나고 있다. 한 기관 CIO는 "채권은 이미 고점을 치고 금리가 한 차례 다운된 상황"이라며 "기준금리는 더 올라갈 것 같지 않아서 국채 투자는 가능한데 국채 수익률이 높지는 않을 것 같고, 국채를 제외한 크레딧물은 오히려 오를 수도 있는 여건이라 섣불리 들어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투자책임자는 "채권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쭉 사들여왔는데 지금은 적극적으로 담기엔 조금 망설여진다"며 "크레딧물의 경우 아직 잠재 부실을 안고 있는 경우가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레딧 투자를 적극 확대하기엔 여전히 조심스러운 시기라는 판단이다. 고금리 환경이 더 이어지면 경기 둔화 우려가 더 커질 수 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불안감도 여전하다. 때문에 비우량물보다는 중단기 구간 우량물 매수가 낫다고 조언한다. 금리가 오를 경우에는 단기보다는 장기물 매수를 추천했다.

증권자본시장부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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