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시스템반도체 업계 여성 롤모델 될래요'…MZ세대 엔지니어들의 이유 있는 자신감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엔지니어 인터뷰
성장도, 워라밸도 놓칠 수 없는 당찬 MZ세대
"선행 기술 살피는 IP 업무 매력 크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60%는 시스템 반도체가 차지한다. 메모리 반도체보다 규모가 세 배 가까이 큰 곳이지만 한국 업체 점유율은 3% 정도다. 그만큼 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뜻이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 안에서도 가장 앞단에서 기술을 선보이는 국내 설계자산(IP) 기업은 찾기 보기 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처럼 척박한 환경에서 국내 시스템 반도체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이들이 있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에서 일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여성 엔지니어들이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인공지능(AI) 반도체 IP를 국내외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과 종합 반도체 기업(IDM) 등에 공급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김미리 오픈엣지테크놀로지 R&D 스태프 엔지니어와 장혜원 오픈엣지테크놀로지 네트워크온칩(NoC)팀 스태프 엔지니어를 만났다.

김미리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엔지니어(왼쪽)와 장혜원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엔지니어 / [사진제공=오픈엣지테크놀로지]

"2~3년 선행 기술 고민하는 IP 업무 매력 컸다"

―자기소개를 해달라.

▲김 엔지니어(이하 김): 학부에서 전자통신공학과를 공부한 뒤 오픈엣지테크놀로지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현재 3년 차로 회사에 있는 여러 IP를 개발, 검증하는 일을 하고 있다.

▲장 엔지니어(이하 장): 2년째 오픈엣지테크놀로지서 일하고 있다. NoC(반도체 내 IP 신호 송·수신을 위해 연결선을 배치하는 솔루션)에서 데이터 통로를 만들어주는 설계 업무를 맡고 있다. 전공은 전자정보통신공학이다.

장혜원 엔지니어(왼쪽)와 김미리 엔지니어가 인터뷰 중에 대화를 주고 받는 모습 / [사진제공=오픈엣지테크놀로지]

―'시스템 반도체', 'IP 스타트업', '여성 엔지니어'까지. 두 사람을 나타내는 키워드들이 모두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흔치 않은 사례다. 이 분야에서 일하게 된 이유는?

▲장: 학교에서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를 모두 배웠고 메모리 쪽에서 인턴 생활도 했다. 근데 메모리는 이미 커진 산업이다 보니 오히려 비전을 찾기가 어려웠다. 여기서 기여할 수 있는 게 뭔지 답이 나오지 않더라. 반면 시스템 쪽에선 분야도 그렇고 직무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느꼈다. 특히 스타트업은 연차가 낮더라도 다양한 일을 주체적으로 할 수 있다고 들었다. 덕분에 일하면서 성장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김: IP는 반도체 칩을 설계하는 데 바탕이 되는 밑그림이다. 다양한 IP를 알수록 시스템 반도체를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클 수 있다고 봤다. 시스템 반도체 가장 앞단에서 기술을 선보이는 만큼 2~3년 뒤 기술을 예측하면서 일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실제로 자율주행이나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기술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IP 역할이 중요하더라. 내가 하는 업무의 중요성을 체감하면서 일할 수 있어 좋다.

자신의 업무 공간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김미리 엔지니어 / [사진제공=오픈엣지테크놀로지]

MZ세대 엔지니어는 성장도, 워라밸도 놓칠 수 없어

―두 분 이야기를 보고 시스템 반도체 혹은 IP 엔지니어를 꿈꾸는 이가 늘어날 것 같다. 조언한다면.

▲김: 입사 전 컴퓨터 구조나 운영체제, 디지털 회로 관련 공부를 하고 오면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학부 때 전공을 했더라도 실제 업무를 하면 더 공부할 게 많긴 하다. 나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신입 교육 프로그램(엣지온)을 통해 필요한 교육을 꾸준히 받을 수 있었다. 업무를 하면서도 계속 공부해야 한다. 요새 다양한 기관에서 관련해 교육도 제공하는 만큼 경험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바쁘게 일하고 배우면 쉴 시간이 부족할 것 같기도 하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가능한가?

▲장: 가능하다. 10년째 컬링 운동을 하고 있다. 1년에 한 번 하는 전국 동계체전에 시 대표로 매년 나갈 정도로 진심이다. 대회 시기가 가까울 땐 자율 출퇴근제를 활용한다. 출·퇴근 시간을 앞으로 당긴 뒤 저녁에 연습하는 식이다. 연말에는 회사 방학 기간(12월 마지막 주)에 호주로 여행을 갈 계획이다.

장혜원 엔지니어가 취미 활동으로 컬링을 하고 있는 모습 / [사진제공=오픈엣지테크놀로지]

―10년 뒤 미래를 예상해본다면?

▲김: 아직 장기적으로 뚜렷한 목표는 세우지 못했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여성 엔지니어가 거의 없다 보니 참고할 만한 사례가 부족했던 것 같다. 물론 남성 엔지니어가 아니라서 느낀 차이나 한계는 없다. 다만 10년 후에는 우리를 보고 꿈을 키우는 여성 인재들이 더 늘어난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

▲장: 이야기를 듣고 보니 우리가 롤모델이 돼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웃음) 우리뿐 아니라 많은 인재가 와서 함께 만들어가는 롤모델이면 더 좋을 것 같다. 앞으로 각광 받을 산업 분야인 만큼 많은 분들이 선입견 없이 도전해보길 바란다.

산업IT부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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