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친윤당’ 대 ‘친명당’

지난주에 끝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예상대로 ‘친윤’ 지도부가 탄생했다. 당정일체론을 내걸었던 김기현 당 대표가 결선투표 없이 선출되었고 최고위원에도 김재원, 김병민, 조수진, 태영호, 장예찬 등 모두 친윤 후보들이 당선되었다. 이번 전당대회가 강력한 ‘윤심(尹心)’의 영향력 아래 치러졌음을 보여준 결과다.

실제로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특정 후보들을 비토했다. 당 대표 출마를 고집하던 나경원 전 의원은 졸지에 ‘반윤의 우두머리’로 낙인찍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해임당하고 결국 출마를 포기해야 했다. 한때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던 안철수 전 의원은 ‘윤핵관’을 비판했다가 ‘국정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이라는 소리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들어야 했다. 용산은 경선판의 교통정리까지 해가면서 친윤 지도부를 관철해낸 것이다.

선출직 지도부에 이어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사무총장이 되었다. 내년 총선에서 공천 실무를 책임지는 자리이기에 공천에서 윤심이 반영되는 통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 요직들은 대부분 친윤 인사들이 차지했다. 반면에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낼 소지가 있는 인물들은 예외없이 무력화되었다. 후보단일화의 한 축이었던 안철수 전 의원은 자의와 상관없이 비주류로 분류될 처지가 되었다. ‘이준석 사단’으로 전당대회에 나선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은 일제히 고배를 마셨다. 국민의힘 안에서 친윤과 다른 목소리를 낼 정치인들은 당분간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모습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를 선출하면서부터 ‘친명당’으로 변모했다. 정청래, 박찬대, 서영교, 장경태 최고위원은 ‘친명’으로 분류되는 정치인들이었고 고민정 최고위원만이 ‘비명’ 소리를 들어왔다. 그런데 막상 고 최고위원도 대여 강경노선 등을 보면 범친명에 속한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김건희 특검법’이나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등에 관해 당내 이견이 존재함에도 친명 일색의 강경 지도부는 온건한 목소리들을 일축하면서 밀어붙인다. 균형적 사고를 하려는 온건한 정치인들은 설 자리가 없다.

과거의 민주당은 서로 다른 의견들을 자유롭게 말하고 토론하던 정당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소리를 꺼냈다가는 ‘개딸’들의 문자폭탄 세례를 받아야 한다. 아예 내년 총선 공천에서 개딸들의 영향력을 강화하자는 얘기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하나의 목소리만 허락되는 당이 되었으니 민주당에 민주가 없어진 셈이다.

이렇게 여당과 제1야당에서 잇따라 주류 일색의 체제가 구축되었다. 문제는 그렇게 획일화된 질서 속에서 주류와 다른 목소리는 나오기 어렵다는 점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정당은 민심을 국정에 반영하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 당내 권력에만 충성하면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면 정당으로서의 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이 가장 믿는 것은 이재명 대표라는 말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농담만은 아닌 것으로 들린다. 이 대표가 버티고 있는 한 아무리 국민의힘이 잘못해도 민주당이 이길 수가 없다는 의미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가 나오자 이번에는 민주당에서 반색하며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친윤 일색의 여당 지도부야말로 민주당으로서는 가장 상대하기 쉽다는 의미이다. 자신들이 국민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아서가 아니라 상대당이 형편없기에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생각들이니 피장파장이다. 이런 정치는 희극인가 비극인가.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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