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송승섭기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예상보다 악화한 대내외 경기 여건에도 ‘상저하고’ 흐름이 나타날 거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물가가 생각보다 빠르게 잡히지 않을 거라는 다소 비관적 전망에 대해서도 3%대로 물가가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9일 추경호 부총리는 중앙동 기재부 기자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지금도 상저하고 흐름이 예상처럼 가능할 거라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여전히 그럴 거라고 본다”고 대답했다. 추 부총리는 “대외상황이 안 좋게 나타나도 전반적 세계경기 흐름은 상저하고에 있다”면서 “기재부만의 얘기가 아니라 국내 유수한 기관과 국제통화기금(IMF)도 공식적으로 그러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계획과 달리 계속해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8일(현지시각) 상원 청문회에 참석해 “만약 전체적인 지표상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금리 인상의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악화 요인에 해당하기 때문에 하반기 성장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하지만 추 부총리는 “파월 의장이 금리인상을 얼마나 빠른 속도와 폭으로 할지 여부는 분명치 않다”고 일축했다. 다만 “1월에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이 여전히 높고 고용시장도 여전히 좋다”면서 “불확실성은 여전하기 때문에 경계심을 갖고 거기에 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여러 변수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부연했다.
물가 전망에서도 긍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추 부총리는 “물가가 여전히 높고 이로 인한 국민들의 어려운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면서도 “2월 물가가 4%대를 기록해 낮아진 모습을 보였는데 물가 상승세 둔화는 당분간 계속된다고 생각한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한은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은 범위 내에서 물가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하고 2/4분기에는 훨씬 낮은, 어쩌면 3%대 물가수준도 보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어 추 부총리는 대통령실이 주문한 내수진작 정책을 두고 “민생 현장이 어렵기 때문에 소비가 조금 더 활성화돼야 하는 거 아니냐 하는 문제 인식이 있다”면서도 “거시정책을 크게 변화시키거나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내수진작 정책이 소비심리를 자극해 인플레이션을 다시 높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에둘러 반박한 셈이다.
정부가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반도체특별법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수용방침을 내비친 것을 두고서는 “야당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답변했다. 추 부총리는 “아직 정확하게 야당 방안이 어떤 수준인지에 관해서 확인되지 않아 협조를 구하고 있다”면서 “야당이 투자확대를 위해 전향적 입장을 가지고 논의한다면 저희도 전향적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얘기했다.
최근 빠르게 오른 환율과 외환시장에 대해서는 “원화만의 특별한 양상을 발견하기는 어렵다”며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수급 장치는 지난해 국민연금과 외환당국의 스와프 조치 등이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