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 재상장 논란]②소액주주 지분 희석 우려에 거래소 '심사 강화'

금융위원회·한국거래소, 투자자 보호 기조 강화
재상장 심사 때 주주 의견 수렴 등 절차 반영할 수도

한국거래소가 인적분할 후 재상장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자 보호 여부를 검토하는 식으로 심사를 강화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투자자 보호'를 키워드 중 하나로 꼽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금융위와 한국거래소가 고수하고 있는 자본시장 투자자 보호 기조의 일환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인적분할 재상장 논란이 계속 불거지면 거래소도 재상장 심사에서 주주 보호 절차 여부를 검토하고, 이르면 10월 금융당국도 구체적인 관련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자본시장 정책 과제 중 하나로 '자사주 취득과 처분 공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해야"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은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히지만, 인적분할 과정에서는 그렇지 않다.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는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요긴하게 쓰이지만, 소액주주에게는 지분가치 희석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인적분할과 자사주 마법'이라는 주제의 보고서에서도 이런 내용을 비판했다.

김준석 자본시장 연구원은 "만약 기존회사가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인적분할 과정에서 기존회사를 주주로 간주해 신설회사의 신주를 배정하는 게 가능하다"며 "인적분할 이후 존속회사는 신설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지배주주는 자신이 지배하는 존속회사가 보유한 신설회사 지분만큼 신설회사에 대해 강화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대주주(오너 일가)는 자사주를 이용해 비용을 더 들이지 않고도 신설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자사주의 마법'이라고 부른다. 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 지분은 희석되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반대 목소리가 크다. 이에 따라 주주환원을 위해서는 자사주 매입과 더불어 소각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는 지배구조 측면에서 자사주 매입이 지배주주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활용된다"며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인적분할 때 보유 중인 자사주를 자산으로 취급해 신설법인의 자사주를 모회사에 남겨둬 별도의 지분 취득 없이 두 회사 간 지분 관계가 자동으로 형성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질 때 지배주주의 자사주 남용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지배구조 개선 효과도 빛을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기업과 개인 투자자 간 인적분할 갈등이 계속 불거지면 자사주 취득과 처분 목적 공시를 의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금융위가 올해 자본시장 업무보고를 위한 정책 중 첫 번째 과제인 '자본시장 선진화(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맥을 같이 한다. 연초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의무화를 실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법으로 강제할 경우 기업들의 반발 가능성이 커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카드는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인적분할 재상장에 나서는 기업을 상대로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 절차를 살펴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적분할은 이사회 의결 후 주주총회에서 표결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다. 인적분할을 의결하기 전 주주들에게 사전 공지하거나, 이사회 의결 후 주주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마련하는 방식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인적분할 재상장 논란이 커질 경우 인적분할 계획 사전 공지, 주주 의견 수렴 등 절차상 투자자 보호 권고 조치를 심사에 반영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증권자본시장부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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