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대신 닭?' 러시아서 삼성·애플 빈자리 차지한 中

우크라전 이후 중국 폰 점유율 40→95%
車업계도 같은 상황…체리·창청차 '톱10'진입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시장에서 외국 기업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중국 브랜드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5일(현지시간) 미국 CNN 비즈니스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러시아에서 스마트폰 제품 출하를 중단하면서 샤오미 등 중국 업체가 휴대전화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자동차 시장도 이같은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전자제품점에 진열된 화웨이 휴대전화[사진출처=TASS 연합뉴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전쟁 전인 2021년 12월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했던 삼성과 애플의 점유율은 당시 35%, 18%로 합치면 시장의 절반을 넘어서는 53%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난해 12월 삼성과 애플의 점유율은 각각 2%, 1% 등 총 3%로 급락했다.

이에 반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40%에서 95%로 올라 현재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 대부분을 장악했다. 러시아 스마트폰 판매 순위 상위권은 샤오미와 리얼미 등이 차지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 부국장 얀 스트리작은 "중국 저가 브랜드 샤오미와 리얼미, 아너가 (러시아 시장에) 신속하게 반응해 기회를 잡았다"고 분석했다. 이들 브랜드의 지난해 3분기 러시아 출하량은 직전 분기 대비 각각 39%, 190%, 24% 증가했다. 특히 샤오미는 지난해 1년 동안 시장 점유율을 두 배로 끌어 올리면서 러시아 스마트폰 판매 1위에 등극했다.

자동차 시장의 양상도 다르지 않다. 현대·기아·르노 등이 러시아에서 철수한 대신 지리자동차(Geely) 등 중국 자동차 브랜드들이 시장을 차지했다. S&P글로벌 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러시아 시장에서 중국 체리자동차와 창청자동차가 승용차 브랜드 상위 10위권 내로 진입한 반면 독일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는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자동차 시장 분석업체 오토스타트는 지난해 전반적인 자동차 시장 침체에도 러시아 내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7% 증가한 12만1800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자국 자동차 브랜드인 라다도 지난해 시장 점유율 28%로, 2021년의 22%보다 6% 올랐다. 동일 기간 기아 점유율은 13%에서 10%로, 현대차는 10%에서 9%로 소폭 하락했다.

"러-中 브랜드는 대역…하지만 계속 맡을 수도"

중국 베이징에 있는 컨설팅회사 시노오토인사이트의 러투 대표는 "(우크라이나전으로 인한 외국기업 철수로) 러시아 시장에 큰 공백이 생겼고 중국인들은 그 공백을 메웠다"고 말했다. 그는 "거칠게 비유하면 러시아와 중국 브랜드는 주역 배우들의 대역과 같은 존재"라며 "대역이 영구적인 역할을 맡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기업들의 '반사 이익'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삼성·애플 폰에 대한 러시아 소비자들의 수요는 여전하므로 전쟁이 끝나고 삼성 등이 러시아 내 사업을 재개하면 점유율을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반면 외국 브랜드들이 러시아 시장으로 돌아온다 해도 공급망 재건에 드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그사이 중국 기업이 입지를 다질 수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에 대해 CNN 비즈니스는 "결과적으로는 전쟁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 것이냐가 시장 판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슈2팀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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