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불치병' 에이즈, 3번째 완치 환자 나왔다

'불치병'으로 여겨지는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에이즈) 환자가 완치된 3번째 사례가 나왔다. 골수에 원인균인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저항성을 가진 타인의 줄기세포를 이식해 면역력을 갖도록 한 방법이 또 통했다. 다만 방법상 어려움으로 일반화되기는 어렵다는 게 과학자들의 지적이다.

21일(현지시간) 독일 뒤셀도르프대 연구팀은 53세 남성 환자를 이같은 방법으로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게재했다. 에이즈 환자의 치료는 현재 항레트로바이러스치료제(ART)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 내에 바이러스 양을 대폭 낮추고 타인에게 감염되지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 유지하는 정도다. 치료제 복용을 멈추면 다시 바이러스가 복제되고 확산되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에이즈 바이러스가 면역세포에 침투하려는 모습. 자료이미지.

연구팀은 2013년 ART를 복용한 덕에 매우 낮은 HIV 수치를 보이고 있지만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이 환자의 골수에 유전적 변이로 HIV에 대해 자연면역력을 가진 기증자로의 줄기세포를 이식했다. 이후 2018년부터는 ART 복용을 중단했지만 아직까지 HIV가 검출되지 않고 있다. 연구팀은 줄기세포 이식 후 수년간 환자로부터 조직 및 혈액 샘플을 채취해 검사를 한 결과 HIV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면역 세포를 지속적으로 찾아낼 수 있었다. 환자의 체내에 HIV 면역세포를 계속 생산하는 저장소가 자리잡고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HIV의 DNA와 RNA가 계속 발견되고 있지만 복제가 되지 않는 상태다. 연구팀은 추가로 이식된 줄기세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해당 환자의 면역 세포를 인간 면역 시스템이 이식된 생쥐 모델에 투입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이 결과 HIV는 생쥐 체내에서도 복사ㆍ확산되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연구팀은 환자의 ART 복용을 중단시켰고, 이후에도 HIV 면역 상태가 유지됐다.

이같은 방법으로 에이즈 환자 완치에 성공한 것은 2008년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당시 티모시 레이 브라운이라는 에이즈 환자가 골수성 백혈병 치료를 위해 타인의 줄기세포를 이식받게 됐는데, 운 좋게도 기증받은 줄기세포가 자연 면역력을 갖고 있었다. 즉 세포 표면에 HIV의 침입을 방지할 수 있는 유전적 변이(CCR5Δ32/Δ32)를 가진 기증자였다. 덕분에 브라운은 치료를 받은 후 더이상 ART를 복용하지 않아도 됐고, 2020년 사망할 때까지도 HIV에 대한 면역 상태를 유지했다. 2019년 영국, 2022년 뉴욕에서도 같은 사례가 보고됐다. 다만 해당 의료진들은 아직까지 인과 관계를 확정짓지 않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이번 '뒤셀도르프 환자'가 최소한 3번째 골수 줄기세포 이식 방법으로 완치한 케이스로 기록됐다고 전했다.

과학자들은 인체 내에서 HIV를 제거하는 것이 매우 어렵긴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희망적인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골수 이식 수술 자체가 환자에 따라 위험할 수도 있는 치료인데다 HIV에 자연 면역력을 가진 줄기세포 기증자를 찾는 일도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일반화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산업IT부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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