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써라' 반복한 간부… 대법 '묵시적 해고 의사'

1·2심 "우발적 표현, 사직서 제출 종용 불과"
대법 "일방적 근로관계 종료 의사표시 한 것"

[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회사 간부가 "사표를 쓰라"고 반복해 말하고, 이를 들은 직원이 출근을 무단결근을 하는데도 방치했다면 묵시적 해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버스 기사 A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전남 여수의 한 전세버스 운송회사의 관리팀장 B씨는 2020년 1월 통근버스를 무단결행 한 기사 A씨에게 "사표를 쓰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해고하는 것이냐"는 A씨의 물음에 B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A씨는 이튿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이후 A씨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지만 기각됐고,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취지로 재심판정을 기각했다. 이에 A씨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중노위 판단이 옳다고 보고 회사 손을 들어줬다. B씨가 "사표 쓰라"고 한 것은 A씨의 무단결근 이후 무례한 언행에 화를 내는 과정에서 이뤄진 ‘우발적 표현’으로써 사직서 제출을 종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사표를 쓰고 나가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한 것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고자 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서 단순히 우발적 표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묵시적 의사 표시에 의한 해고가 있었는지는 사용자의 노무 수령 거부 경위와 방법, 노무 수령 거부에 대해 근로자가 보인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한 뒤에야 출근을 독촉했다는 점 등을 볼 때 사용자가 해고를 승인·추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사회부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