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 국내 복귀한 '괴물'은 아이언부터 갈고 닦았다

KPGA 영구 시드권자 김경태 인터뷰

"다들 제가 기복 없이 온 줄 알더라고요. 성적 때문에 마음고생도 많이 했어요."

지난 2년을 회고하며 김경태가 입을 열었다. 2019년 12월 열린 카시오월드오픈에서 그는 3년 6개월 만에 우승했다. 오랜 슬럼프를 이겨내고 추가한 값진 성과였다. 그만큼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그러나 이듬해 코로나19가 터지고 대회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설상가상으로 오른쪽 등 부위 부상도 재발했다. 김경태는 "모든 우승이 다 소중하지만, 카시오월드오픈은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에 얻어 각별하다"며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아쉬운 우승"이라고 회상했다.

국내 무대에 복귀하는 김경태 [사진제공=연합뉴스]

2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괴물’ 김경태가 코리안 투어에 복귀한다. 2008년 일본으로 건너간 이후 16년 만이다. 17일 아시아경제와 만난 김경태는 "일본에서 혼자 힘든 시간을 겪으며 가족의 도움이 절실했다"고 국내 복귀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승수, 이원준, 조민규 등 일본에서 함께 활동했던 동료 선수들의 조언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국내 투어 환경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주위에서 자주 들었다"며 "국내파 후배들이 외국 선수들에 뒤지지 않고 성과를 내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때마침 ‘영구 시드권자’ 자격을 얻게 된 점도 주효했다. KPGA는 올해 영구 시드권자 자격을 ‘통산 25승 이상 기록자’에서 ‘통산 20승 기록자 및 4대 메이저 대회 우승자’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국내 6승, 일본 14승을 쌓은 그는 6번째 영구 시드권자로 이름을 올렸다. 한장상(83), 최상호(68) 등 선배들과 비교하면 매우 어린 나이다. 김경태는 "우승은 잠시뿐이지만 영구 시드는 평생 가잖아요"라며 "우승했을 때보다 축하 전화를 더 많이 받았다"고 귀띔했다.

아마추어 때부터 뛰어난 실력으로 주목받은 그이지만, 골프 인생은 화려함과 거리가 멀었다. 성적이 좋아 기뻤던 날은 잠깐이고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아 괴롭게 보낸 시간이 훨씬 길었다. 그럴 땐 홀로 호텔 방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괴물이란 별명과 달리 실제 성격은 터프하기보다 과묵하다. 김경태는 "힘들 때도 친구를 만나거나 술을 마시기보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며 "결국 슬럼프를 이겨내는 방법은 묵묵히 연습하는 것밖에 없음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활짝 웃는 김경태 [사진제공=연합뉴스]

그렇게 돌고 돌아 찾은 해답은 결국 ‘기본’에 있었다. 이는 그립과 어드레스부터 점검하라고 할 만큼 기본기를 강조했던 프로 출신 아버지의 조언이기도 했다. 김경태는 기본으로 돌아가 가장 자신 있던 아이언 샷부터 점검했다. 김경태는 "평생 골프를 치며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했던 아이언 샷이 무너졌다는 걸 알았다"며 "약점을 보완하기보다 장점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컨디션 회복에 전념했고 기초부터 다졌다"고 강조했다.

마음고생도 많이 했지만 한 번도 골프 선수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 골프채를 잡길 잘했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김경태는 "가끔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을 만큼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이를 이겨내고 트로피를 들어 올릴 땐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을 느낀다"며 "골프 선수로서 얻은 것이 너무 많다. 내가 지닌 능력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고 살고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하다"고 말했다.

현재 김경태는 태국 전지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올 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묻자 "특별한 목표는 없다"며 "자신감을 찾는 한 해를 만들고 싶다"고 피력했다. 자신감 있게 필드를 누비던 시절의 기량을 다시 보여주는 한 해를 만드는 것이 괴물 김경태의 올해 목표다.

유통경제부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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