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탈리아도 은행에 횡재세…우리나라 은행도?

유럽 국가들 횡재세 도입, 우리나라도 논의될 가능성
국회는 법안 발의, 여야 의원들도 관심 보여
"외국인 투자자 등 떠밀 것" vs "사회공헌으로 대체해야"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우리나라에서도 은행의 횡재세 논의가 불붙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돈 잔치' 발언이 판을 깔아줬다. 여야 불문하고 관심도 보이는 중이다.

"횡재세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 자유시장 경제 첨단인 미국에도 폭리처벌법이 있다."(김상훈 국민의힘 의원, 1월 12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기준금리가 상승하면서 은행도 엄청나게 이익을 냈는데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 2월 7일 대정부질문).

아직 정부는 부정적인 분위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의원의 주장에 "(횡재세 대신) 누진적 법인세를 많이 내서 상생 금융에 기여하면 된다"고 답했다.

'초과 이익 환수하자'는 횡재세

횡재세란 대내외 급격한 환경 변화로 큰 이익을 거둔 기업에 거두는 세금이다. 초과 이익을 환수하자는 맥락이다. 우리나라에서 은행들이 타깃이 된 이유는 지난해 기준금리 상승을 타고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려 사상 최대 이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15조9000억원에 달했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코로나19와 경기 불황으로 고통을 겪는 와중에 은행은 돈을 많이 벌어 성과급까지 많이 준다고 하니 여론이 악화되고, 대통령은 이런 민심을 반영해 직접 은행 때리기에 나선 걸로 보인다"고 했다.

유럽의 횡재세도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은행의 지불 능력이 훼손된다'는 이유로 반대했지만 막진 못했다. 스페인 상원은 지난해 은행과 대형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은행의 순이자 이익과 순수수료가 8억유로(약 1조991억원)를 넘기면 4.8%의 세금을 부과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탈리아 의회도 결제기업과 은행이 점주들에게 전자거래 수수료를 인하해주지 않으면 부담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에서 횡재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영국, 벨기에,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이다.

유럽과 한국은 상황 달라

우리나라 국회에서도 지난해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정유사와 은행 대상으로 50%의 세율을 적용하자는 내용의 법인세법 일부 개정안을 내놨다.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유사 대상 20%의 세율을 부과하자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법안 모두 현재 소관 상임위에서 심사 중이다.

우리나라와 유럽의 상황이 달라 횡재세는 논의를 시작하는 것부터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유럽의 은행들은 횡재세 적용을 받는다고 해도 자본유출 우려 없으니까 가능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나서서 은행들을 비판하니 은행들 주가가 급락하는데, 여기서 더 개입하면 외국인 투자자가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권은 글로벌 은행과 달리 금융당국의 금리, 수수료 전반에 대한 규제 강도가 높아서 초과 이익 규모가 제한적"이라며 횡재세 대신 예대금리차 비교공시와 사회공헌 기금 마련 등 금융권 공적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경제금융부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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