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내곡동 헌인마을 PF-ABCP’ 7%대 거래

대규모 유동성 수혈에도 주택 개발사업 불안
만기 차입금·PF 우발채무 부담 작용
대우건설 시공권 포기 사태 이후 시장 불안 증폭

[아시아경제 임정수 기자] 롯데건설이 신용보강을 한 ‘헌인마을 개발 브리지대출(브리지론)’ 관련 단기 프로젝트파이낸싱 유동화증권(PF-ABCP)이 7%대 중반 금리에 거래됐다. 롯데건설이 메리츠증권과 계열사에서 1조5000억원의 유동성을 수혈했지만, 여전히 다른 건설사 PF-ABCP에 비해 높게 거래되고 있다. 대우건설의 울산 주상복합 시공권 포기 사태 이후 불안 심리가 재확산하면서 일부 PF-ABCP를 중심으로 금리가 들썩이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특수목적법인(SPC) ‘벨로하우스헌인제이차’가 발행한 2개월 만기의 PF-ABCP 600억원어치가 7.30%에 매매됐다. 레고랜드 사태로 두 자릿수로 튀어 올랐던 금리가 많이 내려왔지만, 다른 PF-ABCP가 3~5%에 거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거래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 ABCP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서 추진하는 ‘헌인마을 개발 사업’과 관련돼 있다. 이 사업의 시행사인 헌인타운개발㈜는 지난해 9월 대주단으로부터 6000억원 규모의 브리지론을 받았다. 10여년 이상 장기 표류하던 이 사업은 최근 도시개발 사업 실시계획에 환지계획 인가를 받으면서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실제 사업주는 신원종합개발 관계사인 ‘어퍼하우스헌인’이다.

헌인마을 도시개발 사업 예상 조감도.

이 대출에는 시공사로 참여하기로 한 롯데건설이 자금보충 및 채무인수 약정을 했다. 시행사가 자금이 부족해 브리지론 상환이 어려워지면 롯데건설이 대출 상환 자금을 빌려주거나 채무를 인수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APCP의 신용등급도 롯데건설 단기신용도와 같은 A2+로 평가됐다. 당시 대출에는 KB증권·NH투자증권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을 집행한 대주단은 브리지론을 유동화해 ABCP로 발행했다. SPC에 대출 자산을 넘긴 후 대출에서 발생하는 원리금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차주가 브리지론 원리금을 SPC로 상환하면 SPC는 다시 이 돈으로 ABCP를 상환한다. 유동화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롯데건설 신용보강 ABCP 금리가 7%대 수준에서 내려오지 않는 이유는 여전히 불안한 시장 환경 때문으로 분석된다. 단기금융시장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미분양이 급증하는 등 시장 환경이 다시 불안해지면서 PF-ABCP 금리가 더 이상 내려오지 않고 있다"면서 "헌인마을의 경우 서초구 개발 사업이긴 하지만 개포동 일대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 부동산의 불안 심리가 확산하고 있어, 브리지론 만기인 올해 하반기에 착공이 이뤄질지 여부도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신용보강을 한 롯데건설의 신용도 이슈 또한 PF ABCP 금리가 더 내려오지 못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메리츠증권 등으로부터 1조5000억원을 수혈하면서 관련 PF-ABCP 금리가 많이 하향 안정화됐다"면서도 "여전히 롯데건설은 회사채 등의 대규모 차입금 만기가 대기하고 있고, 부동산 경기 악화로 PF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우려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의 대우건설 시공권 포기 사태도 PF-ABCP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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