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온유기자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서울에서 전세 끼고 아파트를 사는 ‘갭투자’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집값 급등의 원흉으로 지목되기도 한 갭투자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시세 차익을 거두기 어려워지자 자취를 감췄다. 여기에 전세가율 하락에 따른 실투자금 증가도 갭투자 회피 요인으로 꼽힌다. 집값을 떠받치던 수요 한 축이 무너지면서 매매가격 하락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1월 서울에서 갭투자로 아파트를 매입한 건수는 총 42건이다. 1년 전인 2022년 1월 155건 대비 113건(73%) 감소했다. 아직 1월 부동산 실거래 신고 기한이 보름 정도 남았지만 추세에 있어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자치구 25개 구 중 갭투자가 0건인 곳만 총 9곳에 달했다. 한 달간 관악·광진·구로·금천·서대문·양천·용산·종로·중구에서 전세 낀 매매가 한 건도 없었다는 뜻이다. 강남·강북·동대문·마포·서초·성북·영등포·중랑구 등 8곳은 갭투자가 1건에 불과했다. 마포의 경우 1년 전 갭투자가 총 16건으로 서울에서 가장 많았던 지역이기도 하다. 강서·동작·성동·은평 등 4곳은 갭투자가 2건으로 기록됐다.
갭투자는 일반적으로 집값 상승기에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소액만으로도 집값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부동산 활황기에는 갭투자가 아파트값을 더 끌어올린 원흉으로 지목돼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집값이 하락을 거듭해 당분간 시세 차익을 거두기 어렵게 되자 갭투자 수요가 급감했다. 미래 이익을 볼 가능성이 작은데 매월 부담하는 이자는 늘어 갭투자의 경제적 유인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을 뜻하는 전세가율의 하락으로 갭투자의 매력도가 크게 떨어졌다. 전세가율이 하락하면 계약 시 집을 사려는 사람이 지불해야 하는 초기 비용이 커져 매수 의사 결정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2.0%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52.9% 대비 0.9%P 내려간 수치이며 2012년 5월 기록한 51.9% 이후 10년 8개월 만에 최저치다. 특히 서초·강남·송파·용산은 이미 40%대를 기록하고 있고 양천구도 50% 선이 무너진 49.84%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금융·경제보고서를 통해 "주택 거래가 얼어붙어 매도 물량이 전월세 매물로 전환되면 전세가격이 하락하는데 이로 인해 갭투자가 줄어들면서 집값이 떨어지게 된다"면서 "최근 매매와 전세 가격의 연쇄 작용으로 주택 시장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