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약탈에 파벌싸움까지…구조 발목잡는 치안악화

생필품 부족으로 약탈과 무장 충돌 속출
오스트리아·독일 구조대 작업 일시 중단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2만5000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치안 상황까지 악화하면서 구조팀이 작업을 중단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 BBC는 11일(이하 현지시간) “현지에서 약탈과 파벌 간의 무장 충돌이 벌어지면서 구조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튀르키예에서는 강진 피해 지역에서 빈집을 털거나 상점 창문을 깨고 들어가 물건을 약탈하는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식량 등 생필품의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가전제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식량이나 아기용 물티슈 등을 훔칠 수밖에 없다. 지진이 나고 처음 며칠 동안은 구호품이 전혀 도착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일부는 옷가게와 전자제품 매장에서 휴대전화 등 값나가는 물건을 털어가거나 현금인출기를 통째로 뜯어가기도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 통신을 인용해 “피해 지역에서 건물을 약탈하거나 전화 사기로 생존자들을 갈취하려 한 혐의로 최소 48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구호단체 직원을 사칭해 트럭 6대분의 식량을 가로채려 한 사건도 있었다.

특히 남부 하타이주의 치안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BBC에 따르면 11일 하타이 지역에서 파벌 간의 충돌이 일어나면서 거의 50명이 체포됐으며 다수의 총기가 압수됐다. 이에 독일과 오스트리아 구조대가 구조 작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지진으로 폐허가 된 튀르키예 남부 광역 하타이 지역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오스트리아 구조대는 하타이에서 안전을 보장받을 때까지 구조 활동을 멈추기로 했다. 오스트리아군 대변인 피에르 쿠겔바이스 중령은 이날 “튀르키예에서 파벌 간 다툼이 급증하고 있다”며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그룹 간의 충돌로 수십 명의 구조대원이 베이스캠프로 피난했다”고 말했다. 한 구조대원은 “약탈하는 사람들이 흉기를 들고 있어서 방법이 없었다”고 밝혔다.

독일 구조대 역시 보안 문제로 구조 작업을 중단했다. 독일 구조대 대변인 스테판 하이네는 “앞으로도 상황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상황이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즉시 구조를 재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타이 주민 아일린 카바사칼 씨는 AFP에 “약탈자들로부터 집과 차를 지키고 있다. 당국이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튀르키예 당국은 약탈자들을 엄중히 단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치안이 불안한 지역에 경찰을 배치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11일 지진 피해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동남부 도시 디야르바크르를 찾은 자리에서 “약탈이나 납치 등 범죄에 연루된 사람들은 국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약탈 용의자에 대한 법정 구금 기간을 사흘 늘리는 등 처벌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empal.com<ⓒ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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