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진기자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춘천' 조감도. (사진제공=네이버)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네이버의 자체 데이터센터 '각 춘천'이 올해 운영 1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단 한 차례의 중단과 사고 없이 각 춘천을 운영해온 네이버는 올해 새로운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본격 가동한다. 10년간의 데이터센터 운영 노하우와 신기술이 녹아든 각 세종은 네이버 미래를 이끄는 핵심이다.
지난 9일 방문한 강원도 춘천시의 각 춘천은 네이버의 다양한 기술력이 집약돼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그 면모가 드러났다. 화단과 인도 등에는 최근 내린 눈이 얼어붙은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도로는 눈이 내렸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서버를 가동하며 생기는 열을 재활용해 도로 열선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겨울철 데이터센터에 화재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 눈길로 소방차가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를 예방한다. 에너지 효율과 안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 '각 춘천'이 기록을 위한 보존소라는 점에서 착안해,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해인사의 '장경각'에서 '각(閣)'을 따와 이름 붙였다. 규모는 축구장 7배 크기인 5만 4229㎡의 부지에 건립됐다. 약 10만대(12만 유닛)가량의 서버를 보관하고 있는데, 이는 책 900만권을 소장한 국립중앙도서관 1만개를 지어야 하는 규모다.
각 춘천 서버실 모습. 서버실에서 발생하는 폐열은 각 춘천 내 온실의 겨울철 난방과 외부 도로를 녹이는데 재활용된다. (사진제공=네이버)
각 춘천의 지난 10년간 무중단·무사고·무재해 '3무(無)'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 네이버는 설계부터 구축, 운영 전 단계에 걸쳐 전담 인력양성과 기술개발(R&D)에 공을 들였다. 매년 인프라 투자에 수천억원을 사용하고 있다. 또 네이버는 데이터센터 설비와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네이버 서비스에 맞는 시스템이 내재화돼 있어, 외부 위탁 데이터센터에서 장애가 발생했을 때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다.
네이버는 특히 데이터센터가 정전, 화재 등의 재해에도 서비스가 중단 없이 연속될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사무공간에서는 직원들이 대형 화면을 통해 뉴스와 연예계 이슈를 쉴 틈 없이 확인하고 있었다. 이슈가 발생했을 때 트래픽이 급격히 몰릴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또 다른 화면에서는 댓글 작성, 메일, 블로그 등 서비스가 시나리오에 맞춰 자동으로 작동했다. 이 작업은 24시간 내내 이뤄지는데, 서비스에 장애가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각 춘천 지하에는 약 60만ℓ의 경유가 보관돼 있다. 고전력으로 운영되는 서버실은 전기 공급이 중단되면 무용지물이 된다. 이를 대비해 각 춘천은 디젤 엔진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관된 비상 경유는 약 70시간 동안 외부 전력 공급 없이도 버틸 수 있는 양이다. 모든 서버는 이중화 작업이 돼 있어, 각 춘천이 중단되더라도 생기더라도 서비스 전면 장애는 발생하지 않는다.
노상민 네이버클라우드 데이터센터장이 '각 춘천'의 운영 노하우를 설명하고, '각 세종'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네이버)
네이버는 올해 3분기 세종시에 두번째 자체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가동한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는 점과 각 춘천의 위치를 고려해 각 세종의 위치를 정했다.
노상민 네이버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센터장은 "데이터센터 대부분이 수도권에 밀집해 있어 재난 등에 취약할 수 있다고 생각해 수도권과 거리가 떨어진 춘천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기로 했었다"며 "이후 수도권과 춘천 두 곳과 이격할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세종시를 택하게 됐다"며 각 세종의 위치 선정 이유를 밝혔다.
각 세종은 각 춘천의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하이퍼스케일의 데이터센터다. 각 세종은 각 춘천의 6배 규모인 29만3697㎡ 대지 위에 세워진다. 축구장 41개 크기다. 서버는 60만대를 수용할 예정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 등 네이버의 기술 역량이 총집결한다. 로봇과 자율주행 등의 첨단 기술을 대거 적용된다. 넓은 부지는 자율주행셔틀이 운영돼 현장 업무의 생산성을 높일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 가동 예정인 '각 세종' 조감도. (사진제공=네이버)
이곳에서는 네이버의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 고도화도 이뤄진다. 정수환 IT서비스본부장은 "하이퍼클로바는 대규모의 서버와 컴퓨터 연산이 필요해 전력 공급이 제일 중요하다. 랙(배터리를 보관하는 선반)당 얼마나 많은 전력 제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랙당 전력을 얼마나 많이 넣고, 그에 따라 발생하는 열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 세종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네이버의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가 성장하고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근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 운영 노하우를 공개할 계획이다. 노 센터장은 "각 세종을 구축하며 기술지를 작성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 설계부터 구축, 운영까지 파트별로 어떤 기술력을 적용했는지 기술하고 있다. 각 세종이 완공되면 많은 이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일부분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기술력은 국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본다. 10년 동안 축적한 기술력은 세계 시장에서도 뒤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