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승기의 50억원과 곽병채의 50억원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최근 우린 서로 다른 '50억원의 남자' 이야기를 접했다. 이승기씨와 곽병채씨. 가수 겸 배우 이승기씨의 50억원은 따뜻하다. 반면 곽상도 전 의원 아들 병채씨의 50억원은 차갑고 거부감마저 든다. 두 사람의 50억원을 보는 세간의 시선이 천지(天地) 차이이기 때문이다.

이승기씨는 전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와의 분쟁 끝에 지난 18년간 정산받지 못한 음원수익 약 50억원을 돌려받았다. 정확히는 41억여원으로 전해진다. 이 돈이 지난해 12월16일 통장 계좌에 입금되자, 이씨는 기다렸다는 듯 릴레이 기부에 나섰다. 서울대어린이병원에 20억, 대한적십자사에 5억5000만원, 카이스트(KAIST)에 3억을 쾌척했다. 총 28억5000만원. 이씨는 나머지 돈도 모두 기부할 예정이다. 적절한 기부처를 계속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이씨는 "몸이 불편해 거동조차 힘든 분, 형편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친구들, 그런 분들을 다 돕기에 50억원은 부족할지 모른다"며 "하지만 작은 한 걸음부터 실천에 옮기겠다"고 말했다.

반면 곽병채씨는 2021년 4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서 일하다 퇴사하면서 퇴직금, 상여금 명목으로 50억원(세금 등 제외 25억원)을 받았다. 이 일로 기소된 곽 전 의원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화천대유가 곽병채씨를 통해 곽 전 의원에게 뇌물을 줬다고 판단했지만 재판부는 이 50억원을 "알선과 연결되거나 무엇인가의 대가로 건넨 돈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50억원이 사회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했다"고 덧붙였을 뿐이다. 판결이 나오자 비판이 쏟아진다. 곽병채씨가 곽 전 의원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50억원을 받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많다.

두 사람의 50억원 이야기는 크게 달라 씁쓸함을 남긴다. 금전에 대한 우리의 의식은 높아졌다. 악의(惡意)를 쉽게 감출 수도 없고 처벌을 면키는 더욱 어려워졌다. 판결이 2심에서 바뀔 여지는 남아 있다. 이승기씨의 50억원처럼 곽병채씨의 50억원에 대해서도 국민의 공감과 박수를 받을 만한 판결이 있어야 한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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