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저금리시대 마침표와 '뉴 레짐'의 도래

각국 중앙은행 셈법 복잡
올해 불확실성과의 싸움 예고
고물가 고착화될 수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크기도 작은데 비싸네요."

겨울철 대표 간식 붕어빵이 작아졌다. 손바닥 1/3 정도 크기에 불과한 미니 붕어빵은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10마리 3000원이었는데 그새 8마리로 가격표를 고쳐 달았다. 미니 붕어빵이라 불리는 ‘잉어빵’은 밀가루가 주재료인 붕어빵과 달리 찹쌀이 들어가 더 비싸며, 기존 붕어빵 크기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는 게 사장의 항변이다. 붕어빵 가격이 크게 뛴 것은 원재료 가격 상승 탓이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2017년 800g 기준 3000원이었던 팥이 지난해 6000원으로 두 배 올랐다. 같은 기간 밀가루는 50%,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은 27.4%나 상승했다.

비단 먹거리뿐만이 아니다. 이달부터는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26% 껑충 뛰었다. 택시에 이어 오는 4월부터는 지하철과 시내버스 요금도 줄줄이 인상될 예정이다. 캠핑족들도 올겨울 에너지값 폭등을 실감하고 있다. 캠핑에서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는 난로가 필요한데 여기에 사용되는 등유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2월7일 기준 실내등유의 평균가격은 1L당 1476.9원이다. 같은 날짜 기준 2021년은 L당 874.5원, 지난해에는 1143.7원이었다.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아 등유가 사실상 유일한 난방 수단인 취약계층에게 등유는 더이상 서민연료가 아니다. 1월 급습한 한파로 난방비 폭탄이 떨어지면서 2월 고지서 받기가 두렵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작년 같은 달보다 5.2% 오르며 3개월 만에 상승 폭이 확대됐다. 정부는 점차 물가상승세가 둔화할 것이라지만 2월에도 5%대 고물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머니를 걱정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잇단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던 각국 중앙은행의 셈법이 올해는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물가는 쉽게 꺾이지 않는데, 글로벌 경기침체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중앙은행의 고민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성장·물가의 상충으로 향후 기준금리 인상 종료,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경제전문가들의 견해도 분분하다.

학계에서는 ‘새로운 체제(New Regime)’ 도래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팬데믹 위기로 40년 동안 지속됐던 물가안정과 장기금리하락의 시대는 지나고, 물가와 시장변동성이 기조적으로 높아지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이런 체제에서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함에 따라 중앙은행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는 제약이 따른다. 팬데믹과 에너지 위기를 겪으며 재정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경기침체와 금융불안정이 발생한다면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화두는 ‘불확실성과의 싸움’이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최대한 따져보고, 비상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예측력을 높이는 한편 효과적인 정책조합(policy mix)을 제시해야 한다. 그동안 저금리 환경에 취해 ‘오버 페이스’했던 경제주체들도 앞으로 상수화될 지 모르는 고금리 환경에 대비해 소비패턴을 바꿔나가야 한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취약계층이 출구를 찾을 수 있도록 미시적인 정책을 지원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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