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 이번 차례상에는 밀키트 올리옵니다

고물가 시대의 설 명절 나기
스트레스 1위 '명절 비용 지출'
간편식·밀키트 등으로 간소화

거리두기가 적용되지 않는 설 명절이 돌아왔지만, 고물가 영향으로 서민들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물가 전반이 오르면서 가족 용돈·세뱃돈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가 하면, 차례상 비용도 올라 밀키트 등 간편식으로 대체하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차례상 차림 비용 오르자 '간편식' 인기

14일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4인 가족 기준 설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을 이용할 경우 지난해 대비 4.1% 증가한 25만4500원이 필요할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마트 이용 시 지난해 설보다 2.1% 증가해 35만9740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런 탓에 비용을 줄이고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밀키트 등 간편식이 인기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피코크 제수용 간편식 매출은 명절 직전 2주간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동일 기간 롯데마트의 요리하다 제수용 간편식 매출은 35% 늘었고, 홈플러스의 시그니처 제수용 간편식 매출은 27% 올랐다.

HR테크 기업 인크루트의 '이번 설 명절의 부담과 준비계획'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 명절 스트레스 가운데 '명절 비용 지출(21.8%)'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올 명절 예상 지출로는 가족 용돈에 평균 38만원, 외식 평균 21만원, 교통 평균 13만원, 차례 준비 비용 평균 25만원, 선물비용 평균 40만원 등이 예상된다고 나타났다.

치솟는 물가에 당국도 비상이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현재 연 3.25%인 기준금리를 3.50%로 0.25%포인트 올려 사상 처음 일곱 차례 연속(2022년 4·5·7·8·10·11월, 2023년 1월)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아직 물가가 불안정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109.28)는 1년 전 대비 5.0% 올라 5월 이후부터 8개월째 5%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상여금도 줄어…세뱃돈까지 고민

[이미지출처=픽사베이]

물가는 올랐지만 상여금은 오히려 줄어 직장인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2월27일부터 이달 5일까지 전국 8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중소기업 설 자금 수요조사' 결과 올해 설 상여금을 지급한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은 44.3%로 전체 절반에 못 미쳤다. 상여금은 1인당 평균 40만원으로 지난해 44만7000원 대비 4만7000원 감소했다.

경기 화성 소재 직장인 이모씨(34)는 "코로나 때문에 친척들까지 다 모이는 명절은 정말 오랜만인데 올해 회사 상여금이 줄어든다는 소식을 들어 한숨만 나온다"며 "오랜만에 뵙기도 하고 상여금으로 더 드리고 싶었는데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당분간 물가 부담은 이어질 전망이다. 금통위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1~2월에도 5% 내외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기저효과, 수요압력 약화 등으로 점차 낮아져 연간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전망치인 3.6%에 대체로 부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통위는 "향후 물가 전망에는 국내외 경기 둔화 정도,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폭, 국제유가 및 환율 움직임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한편 조규홍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 겸 보건복지부 장관은 13일 정부서울청사 중대본 회의에서 "지난해 추석에 이어 거리두기 없는 명절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21~24일 설 명절 연휴는 거리두기가 적용되지 않아 친지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게 됐다.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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