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릿값 오르면 KT는 웃는다..35만t 지하 유휴자산 덕분에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구릿값이 치솟고 있다. 구릿값이 오르면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기업은 어디일까. 구리를 원자재로 사용하는 전선 제조업체 LS전선·풍산?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통신기업 KT다.

KT는 과거 전화·인터넷용으로 전국에 구리 통신선을 깔아놨다. KT는 2011년 자산 재평가를 통해 땅속에 묻힌 유휴 구리 선이 45만t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석채 KT 전 회장 시절 KT는 유휴 구리 선을 매각해 자산화했다. 예를 들어 2012~2013년 약 1000억원어치의 유휴 구리 선을 매각했다. 자산 처분으로 현재 땅속에 묻힌 구리는 35만t인 것으로 추산된다. 말하자면 구리광산 하나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작년 7월 7000달러까지 떨어졌던 국제구리 가격은 11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에서 장 중 한 때 t당 9000달러를 돌파했다. t당 구릿값을 9000달러로 보면 KT가 보유한 유휴 구리 선의 자산가치는 4조원에 달한다. 작년 7월과 비교하면 평가액이 약 8000억원 치솟았다.

골드만삭스 그룹은 구릿값이 연내 t당 1만15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t당 구릿값이 1만1500달러가 되면 KT의 유휴 구리 선 자산가치는 5조원이 넘는다. 연내 구리 가격 상승으로 1조원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들은 작년 KT의 영업이익을 1조85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말하자면 올해 구릿값 상승으로 작년 영업이익보다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6월 기준 KT 자산 현황을 보면 구축물, 기계시설, 선로시설, 사용권 자산 등의 기초장부가액은 9조6800억원이다. 유휴 구리 선은 선로시설에 포함된다. 지금은 KT가 유휴 구리 선에 대한 자산 평가를 하지 않는다. 2012년부터 수년간 구리 선 매각으로 추가 이익을 얻었지만, 지금은 중단한 상태라는 게 KT 측 설명이다.

구리 통신선은 과거 KT의 중요한 자산이었지만, 현재 광케이블로 바꾸면서 유휴 자산이 됐다. 광케이블은 데이터 전송을 위해 광섬유로 만든 케이블이다. 레이저를 이용해 통신하기 때문에 구리 선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장거리 고속 통신이 가능하다.

증권가 관계자는 "KT는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된 기업"이라며 "외견상으론 주가순자산비율이 0.5배 수준이지만 이건 장부가 기준이고 실제 부동산 구리 등 보유한 자산 가치는 장부가 보다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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