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과학적 정보가 불확실할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과학은 가치중립적이다’라는 전통적인 믿음과는 다르게 실제로는 연구 주제 선정부터 설계, 실행, 평가까지 과학 활동의 모든 단계에 가치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먼저 기후변화, 인류학, 화학 물질의 위험성 평가, 생태학, 신경생물학, 생리의학, 농업을 포함한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의 사례를 살핀다. 이어 과학에서의 가치가 신중하고 자세히 검토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작용하도록 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신약을 출시하려면 막대한 비용(수억 달러)이 소요되며, 민간 기업들은 명백히 투자에 대한 수익을 고려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한가지 질병에 시달린다고 해도, 이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치료비로 쓸 수 있는 돈이 많지 않다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 따라서 민간 시장에서는 부유한 나라들을 괴롭히는 문제를 훨씬 더 많이 연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 문제들이 발기부전, 속쓰림, 탈모처럼 사소한 것들이고, 소득이 낮은 국가들의 문제는 끔찍한 고통과 죽음을 초래하는 질병이어도 말이다. <76~77쪽>

사회 봉사와 객관성 증진이라는 가치 사이의 이러한 명백한 충돌 앞에서, 많은 과학자는 이용 가능한 정보를 조심스럽게 해석하고 논란이 되는 해석을 피하는 쪽으로 기울 것이다. 철학자 칼 크래너는 이 전략을 ‘깨끗한 손 과학, 더러운 손 공공 정책’ 접근법이라고 부른다. 이는 과학계가 전통적으로 객관성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반영한다. ‘과학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평판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이 전략의 분명한 강점이다. 이용 가능한 증거에 대해 논란이 되는 해석을 피함으로써, 그들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주장을 고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접근법에는 약점도 있다. 아마도 가장 분명한 어려움은 크래너 자신이 지적했듯이, 의사 결정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정보에 입각한 선택을 할 수 없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171쪽>

과학을 놓고 벌어지는 현대 사회의 많은 논쟁의 근원은 사람들 사이에 깊이 뿌리박힌 가치라는 이 깨달음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발견은 이러한 논란을 해결하려는 과학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에게 매우 귀중한 깨달음일 수 있다. 연구 결과를 더 설득력 있는 방법으로 전달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의심할 여지없이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많은 논쟁의 배후에 있는 진정한 원동력이 가치라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설득력 있는 과학을 생성하거나 전달하기보다 가치의 불일치를 해결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를 반대하는 의견이 대부분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미래를 염려하는 사람들로부터 나온다면, 이에 대한 최선의 방법은 기업들이 저탄소 기술을 향해 나아가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후변화가 자유시장의 기술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면, 기후 과학에 대한 대부분의 반대는 아마도 사라질 것이다. <197쪽>

과학에서 가치란 무엇인가 | 케빈 엘리엇 지음 | 김희봉 옮김 | 김영사 | 364쪽 | 2만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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