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금리 인상속도 둔화에…장기 정기예금 관심↑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직장인 이경수(33) 씨는 최근 3000만원의 목돈을 한 시중은행에 3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에 불입했다. 올해 상반기 1~2회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지만, 은행의 예금 금리는 이제 끝단에 왔단 판단에서다.

시중은행의 수신금리가 고점을 찍었단 인식이 확산하면서 2, 3년 만기의 장기 정기예금 상품 가입을 고민하는 금융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금융권에선 최근 은행채 발행 재개, 당국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 권고 등으로 이런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우대금리 기준 2.80~4.8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일부 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가 5%를 넘어섰던 점을 고려하면 수신금리가 다소 하향 안정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수신금리가 하향 안정화된 데엔 금융당국의 역할이 컸다. 금융권의 적극적인 수신 유치 경쟁이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를 끌어 올리고, 이것이 다시 대출금리를 상승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자 은행권에 수신 경쟁 자제를 요청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했음에도 이전과 같은 '예금 대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레고랜드 사태의 여파로 중단됐던 은행채 발행이 재개된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지난해 말 채권시장이 안정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 차환목적의 은행채를 우선 발행하는 등 단계적인 발행 재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초 5.241%까지 치솟았던 은행채 3년물 금리는 지난 7일 기준 4.415%로 크게 낮아진 상태다.

수신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하면서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은 2, 3년 만기 정기예금으로 쏠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최소 올 상반기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이후는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일찌감치 2, 3년 만기 장기예금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득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신금리 경쟁이 다소 잦아들었다고는 하지만 부동산, 주식 시장이 당분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만큼 역 머니무브란 추세 자체는 유지되는 양상"이라면서 "당장 필요하지 않은 목돈은 장기 정기예금 상품에 예치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리면서 시중은행들이 잇달아 수신금리를 올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5%선에 근접해진 26일 서울 한 시중은행에 정기적금 이율 현수막이 붙어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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