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높아 복원력은 강해…'저축은행 PF사태'와 비교하니

고금리에 집값까지 급락...ABCP 위험
부동산 PF시장發 금융위기 우려 여전

새해에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을 둘러싼 유동성 위기가 계속되면서 금융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10년 전 PF 대량 부실로 촉발된 '저축은행 사태' 때와 비교하면 아직 부실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당시와 달리 지금은 시장금리가 높고 주택가격도 급락세를 보이고 있어 추후 PF발(發) 금융시장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반면 현재 전 금융권이 자기자본 규제 비율을 상회하는 등 건전성이 높은 상황이어서 부실을 극복할 수 있는 복원력은 과거보다 더 강하다는 평가다.

4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에서 주최한 세미나에서 한국은행의 이정욱 금융안정국장은 2011~2013년 저축은행 사태와 최근 부동산 PF 시장 위기를 이같이 비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양호한 손실 흡수 능력과 대외건전성 등을 고려하면 대규모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이달 만기가 도래하는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ABCP) 규모만 17조원에 달하는 만큼 안심하긴 이르단 의견이 많다.

특히 금융권 일각에선 부동산 PF 시장의 위기가 본격화할 경우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이 이날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부실 심각도는 저축은행 사태가 발발한 2011~2013년에 비해 지금이 낫지만, 주택시장 여건이나 시장금리 상황, 시장구조 등 대부분의 부문에선 오히려 최근의 리스크 요인이 더 많았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는 당시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시장 활황에 힘입어 PF 대출에 적극 나섰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따른 경기 위축으로 대규모 부실에 빠지자 금융시장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 한 것으로, 구조는 지금과 비슷하다. 이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감독·규제를 크게 강화해 전금융권의 자본비율은 기준을 상회하나 전반적인 시장상황은 더 나쁘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부동산 기업 금융의 규모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금리가 높아지고 주택가격 하락세가 가파르다는 점은 부동산 기업금융의 부실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11~2012년에는 기준금리가 3.25%까지 오른 뒤 완만하게 하락하는 추세가 이어졌지만 최근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강력한 긴축으로 기준금리가 3.5~3.75%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주택가격이 과거에 비해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것도 PF 시장 불안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선 올해도 높은 이자부담에 집값 하락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주택 수요가 약해지면 미분양이 늘고 수익률이 하락해 금융기관의 대출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과거 저축은행 사태에 따른 학습효과로 위험회피 행태가 심화된 상황에서 자본시장과 부동산 PF 대출 간 연계성이 높아진 것도 위기 가능성을 높인다. 10년 전에는 PF와 자금시장간 연계성이 낮고 상품의 실질만기도 1~3년으로 길었으나 최근엔 PF-ABCP가 크게 증가한 데다 만기도 1~3개월로 짧아 자금조달 리스크가 더욱 크다.

이번달 만기되는 PF-ABCP가 유동화사채 포함 약 17조원이고 다음달에는 약 10조원, 3월에는 약 5조원의 만기가 도래하는데 이렇게 상반기 만기가 몰린 것도 금융시장 위기 우려가 컸던 지난해 10~11월 PF-ABCP를 차환하면서 3개월 안팎이던 만기를 1~2개월로 줄였기 때문이다. 한은은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비은행권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확대된 점도 주목해야 할 위험 요소"라고 강조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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