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요청 단호히 'No'…직책조차 회피하는 美직장인들

팬데믹 이후 '직장-생활' 균형 변화 가속
WSJ "생활의 균형 중시하는 경향 뚜렷"
미 직장인 4명 중 1명 "성공 야망 줄었다"

직업과 세대를 불문하고 전 세계 직장인들 사이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워라밸)을 추구하는 흐름이 분명해지고 있다. 이는 '아메리칸드림'의 나라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많은 직장인이 3년간의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면서 삶의 우선순위를 바꿨고 이에 따른 근무 태도 변화가 기업들의 휴가, 승진 등 여러 관행마저 바꾸고 있다.

추가 근무 요청엔 단호히 "NO"…직책 맡는 것조차 회피

지난해 미국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이 조용한 사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미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1일 자(현지시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거친 뒤 미국의 직장에서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보인다고 보도했다.

WSJ은 회사가 마감 시한을 지키기 위해 추가 근무가 필요할 경우 'NO'라고 말하는 직원들이 늘어 결국 추가 인력을 뽑아야 할 지경이며, 직책을 맡는 것도 기피해 희망자를 미리 물색해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고 진단하며, 미국 내 CEO들의 인터뷰를 짤막하게 실었다.

먼저 스캐너 제조업체인 ZED디지털의 수미스라 자거나스 회장 또한 WSJ과의 인터뷰에서 "적어도 지난 2년간은 과거에 일터에서 봤던 열정적인 사람들이 줄어들었다"며 "이 때문에 엔지니어링 등 일부 일자리를 해외로 옮겼다"고 밝혔다.

높은 보수 때문에 고강도 업무가 당연시되는 법률회사나 금융회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법무법인 닉슨피보디LLP의 CEO인 스티븐 주비아고는 판례 조사 등 마감을 앞두고 초과 근무자를 못 찾아 애를 먹곤 한다고 전했다.

마케팅 광고업체인 펄프+와이어는 여름과 겨울 휴가철에 휴가 신청자가 많아 아예 1년에 두차례 일주일씩 회사 사무실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직장인으로서 성공 야망 줄었다"

월스트리트 도로 표지판. 사진=AP·연합뉴스

코로나19 이후 워라밸을 중시하게 된 미국 직장인들의 변화된 모습은 WSJ의 이번 보도에서 처음 소개된 것이 아니다.

지난해 미국에선 직장인들이 맡은 최소한의 일만 소화한다는 뜻의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라는 신조어가 큰 인기를 끌며 유행했는데, 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이 이 조용한 사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 직장인들의 태도 변화를 보여주는 설문조사도 있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퀄트릭스가 지난해 11월 직장인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최근 3년 사이 직장인으로서 성공 야망이 '줄었다'는 응답자는 36%로 '늘었다'는 응답(22%)보다 많았다.

"삶에서 일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줄었다"는 응답도 40%에 육박해, 일의 의미가 더 중요해졌다는 답(25%)보다 훨씬 많았다.

WSJ은 이 흐름을 돌릴 수 있는 요인에 대해 "경기 침체가 실업률을 치솟게 하면 근로자들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자 더 열심히 일할 생각을 갖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미국 내 실업자 1명당 비어있는 일자리는 거의 2개에 달한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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