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질환 치료 판도 바꾸는 '인플릭시맵'

셀트리온의 인플릭시맵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과도하고 지속적인 염증성 질환에 사용되는 약물 ‘인플릭시맵(infliximab)’이 염증성 질환 치료 판도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 특히 소아청소년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소아 궤양성 대장염에 대한 치료 결과가 인플릭시맵 도입 이전보다 확연하게 개선된 사실이 최근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연간 76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글로벌 인플릭시맵 시장에서 한국 바이오 기업의 선전도 눈여겨볼 만하다.

종양괴사인자 저해해 염증 치료

염증은 신체를 방어하는 정상적인 면역반응이다. 하지만 다양한 원인으로 면역체계의 균형이 무너지면 외부물질이 아닌 신체 자체를 공격하게 된다. 이를 흔히 ‘자가면역질환’이라고 부른다. 염증이 과도하고 만성적으로 지속되면서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소화기계에 발생하면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관절에 발생하면 류머티스성 관절염, 피부에 발생할 경우 건선 등으로 발병한다.

인플릭시맵은 종양괴사인자(TNF-α)를 저해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TNF-α는 정상적인 신체에서 면역세포와 염증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과도하게 생성되면 만성 염증성 질환의 원인이 된다. 인플릭시맵은 TNF-α가 수용체에 결합해 활성화하는 것을 방해해 항염증, 면역억제 효과를 보인다. 현재 크론병, 강직성 척추염, 궤양성 대장염, 류머티스성 관절염, 건선성 관절염, 건선 등 면역체계 이상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만성 염증성 질환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소아 궤양성 대장염 치료 탁월한 효과"

인플릭시맵이 국내 소아 궤양성 대장염 치료에 사용된 것은 2012년부터다. 소아 궤양성 대장염은 18세 이하 소아청소년에서 대장의 점막 또는 점막하층에 염증 또는 궤양이 생기는 염증성 장질환을 말한다. 복통, 설사, 탈수, 발열, 구토, 체중감소 등 증상을 겪는다.

인플릭시맵의 사용은 환아들의 치료 효과를 크게 높였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미진 교수, 권이영 임상강사 연구팀은 인플릭시맵 도입 전 치료그룹(48명)과 도입 후 치료 그룹(62명)으로 나눠 치료 결과가 어떻게 다른지 평가했다. 그 결과 내시경적 관해에 도달한 비율은 도입 전 29.2%에 그쳤지만 도입 후 50%로 늘었다. 재발률 또한 도입 전 그룹은 47.9%에 달했으나, 도입 후 그룹은 25.8%로 줄었다.

연구팀은 인플릭시맵 사용이 소아 궤양성 대장염 치료에서 중요한 변곡점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증상 호전을 기대하거나 재발을 최대한 늦추는 게 목표였지만, 인플릭시맵과 같은 생물학적 제제 도입 이후엔 궤양 자체를 없애는 방향으로 지향점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 공략하는 韓 바이오기업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전 세계 TNF-α 억제제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약 588억2200만달러(약 76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미국 시장만 72%인 427억8600만달러(약 55조7000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인플릭시맵 시장은 최초 오리지널 의약품인 얀센의 ‘레미케이드’가 주도하고 있지만,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거세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미국 점유율을 31.7%까지 끌어올렸다. 유럽 시장에서는 50% 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기존 정맥주사(IV) 제형을 피하주사(SC) 형태로 바꾼 램시마SC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 허가 신청도 최근 완료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램시마SC는 앞서 진출한 유럽에서 빠른 투약 효과와 제형의 편의성을 앞세워 이미 12%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램시마SC가 세계 최대 인플릭시맵 시장인 미국에서 신약 지위를 확보하면 더 많은 환자에게 고품질의 의약품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바이오헬스부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