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우먼톡]시간의 매듭과 새로운 출발

[아시아경제 ] 새로운 시간 앞에 다시 섰다. 365일, 8760시간이 우리 앞에 펼쳐진다. 무한한 시간의 흐름 속에 하루의 시간을 정하고, 12달을 1년으로 정하여 시간의 마디와 매듭을 지어놓은 것은 놀랍고도 지혜롭다. 인류 문명은 달력이 만들어지면서 획기적으로 발달하게 되었다. 농경사회에서 언제 씨를 뿌리고 언제 수확을 할지 정하기 위해서는 무한한 시간 속에 그 특정한 시기를 정하여야 했다. 반복되는 해와 달의 길고 짧음, 강수량과 강물 수위의 높고 낮아짐을 파악하고 오랜 세월 관측과 분석을 통해 가능해진 것이다. 달력의 탄생은 전문가들의 관측 결과를 모든 사람들이 함께 누릴 수 있게 했다. 지금은 달력의 존재가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오랜 인류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시간의 흐름을 알고,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이루어가는 지혜를 갖게 해 준 달력의 등장이 그렇게 오래된 것은 아니다.

새해를 맞이하면 누구나 새로운 달력을 벽에 걸면서 앞으로 맞이할 1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계획하게 된다. 반복적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출발 앞에서 누군가는 설렘을 느끼기도 하고, 누군가는 긴장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2022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급격한 금리 인상 등으로 불안정성이 증폭되었고, 2023년 경기는 침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콜린스 영어사전 편집자들이 2022년 올해의 단어로 "perma-crisis(지속적 불안정성)"를 꼽았다고도 한다. 전 세계적인 거시적 변화는 그렇다 하더라도 개개인의 입장에서 새로운 해는 나름대로 새로운 계획을 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는 때이다. 지나간 시간들을 리셋하고 싶은 사람들은 리셋 버튼을 확실하게 누르고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기회의 시기이다. 이렇게 새해 아침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며 고비를 넘길 힘을 스스로에게 불어넣는 시간이다.

필자는 이맘때면 스스로 한 해의 목표를 정해본다. 어떤 해는 중요한 성과를 내어야 하기도 하고, 어떤 해는 큰 고비를 넘어야 하기도 한다. 어떤 해는 특별한 변화가 없을 때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생활상의 목표를 세워본다. 매일 영자신문 소리내어 읽기, 주 3회 이상 스쿼트 하기 등 목표가 구체적일수록 달성 가능성도 높아진다. 가족이나 지인들이 모였을 때는 새해 목표를 선언해본다. 목표는 선언할수록 실행력이 높아짐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한다. 이때의 성장은 거창한 성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책을 읽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성장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호기심을 놓치 않고 어제와 다른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성장하는 사람이다.

새해는 명민함과 지혜의 상징인 토끼의 해다. 비록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대내외 여건이 녹록하지 않고 불확실성이 크지만 달력도 없이, 시간의 매듭도 없이 봄이 언제 올지도 모르면서 긴긴 겨울을 견뎌내야 했던 그 오랜 기간에도 인류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성장해 왔다. 토끼의 명민함과 부지런함으로 매일 매일 자신을 성장시키고자 노력한다면 새해의 끝에는 꽤나 멀리 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김경선 전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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