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놀란 '월패드 해킹범' 정체…40만 가구 거실 훔쳐본 보안전문가

해킹 피해 규모 40여만 가구에 달해
"안 쓰는 카메라 렌즈 가리고 비밀번호 자주 바꿔야"

지난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찰청에 통합 주택 제어판(월패드) 해킹 사건 관련 압수물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아파트 거실벽에 설치된 '월패드'를 해킹해 40만 가구의 사생활을 엿보고 촬영물을 팔아넘기려 한 해킹범이 과거 언론과 해킹 관련 인터뷰까지 했던 보안전문가 A씨(30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를 검거한 경찰청 사이버테러 수사팀의 박현민 경감은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보안 전문가의 역할은 보안 취약점을 발굴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인데 보안 전문가가 범행에 연루돼 있다는 걸 알고 저희 경찰들도 놀랐다"고 밝혔다.

박 경감은 "A씨는 '판매 목적이 아니라 경각심을 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화이트 해커로서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제보 형식으로 진행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해외 사이트에 남긴 게시글, 구매자 접촉 정황 등을 토대로 A씨가 다른 목적이 있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A씨가 월패드 해킹을 통해 얻은 민감한 영상 등을 어딘가에 유통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경찰이 파악한 피해 가구는 40여만 가구에 이른다.

A씨는 본인의 IP주소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시중 숙박업소, 매장 등에 설치된 개방 공유기를 경유해 해킹을 시도했다. 박 경감은 "보안 전문가인 A씨가 월패드랑 아파트 단지 서버에 대한 취약점을 미리 다 파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범행은 복잡하게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월패드가 해킹되면서 집안의 권한이 해커에게 다 넘어갔다고 보면 된다"며 "최근 출시된 월패드들은 세대 간 영상통화 기능을 위한 카메라가 달려 있어 불법 촬영 등 범행에 이용될 수도 있었다"고 우려했다.

박 경감은 월패드가 설치된 가구의 경우 카메라 렌즈를 가리는 등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박 경감은 "월패드를 잘 이용하면 생활에 참 편리한 점이 많지만 그만큼 보안에 필요한 준수사항도 지켜주셔야 한다"며 "월패드 카메라를 이용하지 않는 분들은 카메라 렌즈를 가리고, 월패드 비밀번호도 주기적으로 변경해주셔야 이런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권했다.

한편 지난 20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A씨를 지난 14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불구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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