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표심 못잡았다'…97세 정치거물도 못이긴 시대흐름

정당연합 조국운동, 1석도 못 얻어
MZ세대 지지 끌어내는 데 실패
정치적 고립으로 지지층 흡수 못해
여론조사 결과에 은퇴 시사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지난 19일(현지시간) 실시된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마하티르 모하맛(97) 전 총리가 참패를 거둔 가운데 주요 외신들은 그가 동맹 전선을 구축하지 못하고 청년 유권자의 지지를 얻지 못한 것이 패배의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말레이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치러진 총선에서 희망연대(PH)가 의회 200석 가운데 82석을 차지했다고 20일 밝혔다. 희망연대(PH)는 안와르 아브라힘 전 부총리가 이끄는 야권연합이다. 뒤를 이어 코로나19 방역 실패를 이유로 사임을 표한 무히딘 야신 전 총리가 이끄는 국민연합(PN)이 73석을 얻었다. 이스마엘 샤브리 야콥 현 총리가 소속된 국민전선(BN)은 30석을 거두며 3위에 그쳤다.

말레이시아가 선거 역사상 제 1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희망연대(PH)는 지난 14대 총선에서 부정부패 등으로 민심을 잃은 국민전선(BN)을 꺾고 전체 의석 중 113석을 획득하면서 말레이시아 독립후 처음으로 민주적인 정권교체를 이뤘다.

반면 마하티르가 결성한 정당연합 조국운동(GTA)은 총선에서 단 한석도 확보하지 못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 또한 자신의 랑카위 지역구에서 5명의 후보 중 4위에 그쳤다.

주요 외신들은 정치 거물 마하티르 전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참패를 거둔 이유는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 MZ(밀레니얼+Z세대)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한 이유가 크다고 분석했다. 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실패했으며 청년층의 입맛에 맞는 의제를 제시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무히딘 전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춤 추는 영상을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에 게재해 청년 유권자의 이목을 끌었다. 무히딘 전 총리가 경쟁 당의 로고를 손으로 뿌리치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이 담긴 영상은 SNS 상에 확산돼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마하티르 총리는 40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페이스 계정에 정치적인 내용의 게시글을 일방적으로 게재하는 데 그쳤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말레이시아 청년층이 청년 세대가 직면하는 경제 문제나 기후위기 등을 이해하는 새로운 리더를 원하고 있다"며 "동남아 정치 거물도 시대의 흐름에 이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정당과 동맹전선을 구축하지 못해 지지층을 모두 흡수하지 못한 것도 참패의 원인으로 꼽혔다. 지난 14대 총선과 달리 마하티르 전 총리가 정치적 동맹대신 고립 노선을 택하면서 말레이계와 화교 및 인도계 유권자의 표심을 잃게 됐다는 것이다.

현 정권에 비판적인 화교와 인도계 유권자는 안와르 전 부총리가 이끄는 희망연대(PH)로 향했으며 인구 70%를 차지하는 말레이계 유권자는 무히딘 전 총리의 국민연합(PN)을 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지난 총선에는 마하티르 총리가 안와르 전 부총리 등과 힘을 합치면서 정권 교체의 원동력이 생겼다"며 "반면 이번 총선에서는 정치적으로 고립 되면서 막강한 조직력과 자금력을 갖춘 희망연대(PH)와 국민연합(PN)에 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표일에 앞서 여론조사 결과 희망연대(PH)의 패배가 예상되자 마하티르 전 총리는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 17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은퇴한다. 사람들이 이제 나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된 이상 정치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며 향후 거취에 대한 의사를 밝혔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는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나오지 않으면서 국왕이 집권당을 가리게 됐다. 말레이시아 압둘라 국왕은 21일 오후 2시까지 연정 구성과 지지하는 총리 후보를 왕실에 알리라고 각 당에 통보했다. 국왕은 이를 바탕으로 총리를 지명할 방침이다.

말레이시아는 연방 입헌군주국으로 말레이반도 9개 주 최고 통치자가 돌아가면서 5년 임기의 국왕직을 맡는다. 총리는 통상 다수당에서 가장 많은 신임을 얻는 당수를 국왕이 지명하는 방식으로 선정된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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