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기자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런던, 유럽 최대 주식시장의 왕관을 파리에 뺏기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여파와 경기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영국이 전체 시가총액 기준 '유럽 주식시장 1위' 타이틀을 프랑스에 넘겨줬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자체 집계 결과 프랑스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2조8230억달러(약 3755조원)로 영국(2조8210억달러)을 추월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가 영국을 추월한 것은 데이터 측정을 시작한 2003년 이래 처음이다.
블룸버그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위축되고 있다는 또 다른 상징"이라며 "영국의 1위 자리를 다른 유럽 경쟁국들이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한 2016년에는 영국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프랑스 보다 1조5000억달러 더 많았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마이클 손더스는 "브렉시트로 인해 잠재 생산이 줄어들지 않았다면 세금을 올리고 지출을 삭감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영국 경제 전체가 브렉시트로 인해 영구히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는 경제 혼란으로 중견기업들의 주가가 부진했던 것이 직격탄이 됐다고 전했다. 올해 영국 증시에서 대형주 위주인 FTSE100 지수는 0.4% 내리는 데 그쳤지만 중·소형주 지수인 FTSE250은 17% 급락했다.
최근 1년 새 주가 낙폭이 가장 컸던 기업은 미첼앤드버틀러(-37%), 온라인 도박업체 888홀딩스(-70%), 마크앤스펜서(-40%) 등이다.
BBC는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감세안이 불러온 후폭풍으로 파운드화 압력이 기업들의 수익에 직격탄이 됐다고 분석했다.
시가총액을 미 달러화를 기준으로 측정해서 비교하다 보니 유로화 대비 파운드화가 더 약세를 보였다. 올해 달러 대비 환율이 파운드화는 13% 떨어졌는데 유로화는 9.2% 내리는 데 그쳤다.
반면 프랑스 주식시장은 루이비통, 디오르 등을 거느린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와 에르메스 등 세계 명품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실적 호조로 선방하고 있다.
프랑스 주식시장에서 LVMH 주가는 최근 6개월 새 22% 급등했고, 에르메스는 37% 상승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규제가 완화하면서 명품에 대한 소비가 몰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 급등으로 이어진 결과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블룸버그 통계에 따르면 세계 명품 수요의 약 35%(팬데믹 이전 기준)를 중국인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