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기업 현금유입 20兆 위축…한전 적자 등 영향

CEO스코어 341개사 영업·투자 현금흐름 조사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상반기 국내 주요 기업의 영업활동 현금 흐름이 20조원가량 위축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전력 등 주요 공기업의 현금 유입이 17조여원 줄어든 영향이 컸다. 투자의 경우 삼성, LG 등이 늘리면서 전체 지출 규모가 33조원가량 증가했다.

12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500대 기업 중 반기보고서를 제출하고 3년간 비교가 가능한 341곳의 현금 흐름을 조사한 결과 상반기 이들 기업의 영업활동 현금 유입 규모는 86조649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107조2566억원보다 20조6068억원 줄어든 수치다.

공기업 현금 유입이 급감한 게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상반기 12조5173억원이 순유입됐던 공기업 자금은 올 상반기엔 오히려 4조9446억원 빠져나갔다. 감소 폭이 17조4619억원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5조3732억원의 순유입을 기록했던 한전은 올해 상반기 9조7488억원의 순유출로 돌아서면서 조사 대상 기업 중 영업활동 현금 흐름이 가장 나빴다.

석유화학, 은행, 건설·건자재, 조선·기계·설비 등의 업종도 영업 현금 흐름이 나빠졌다.

21개 업종 중 10개는 영업활동 현금 흐름 규모가 개선됐다. 증권업(17곳)의 순유입액이 작년 상반기 1조938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3조6772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어났다. 운송(4조7056억원→12조124억원), 자동차·부품(7조1808억원→11조3282억원), 에너지(1조102억원→1조9434억원) 등도 늘었다.

기업별로는 조사 대상 341곳 중 190곳(55.7%)의 영업 현금흐름이 나빠졌고 151곳(44.3%)은 좋아졌다.

메리츠증권이 지난해 상반기 9835억원 순유출에서 올해 상반기 6조1242억원 순유입으로 돌아서면서 가장 좋은 실적을 냈다. 한국증권금융, 현대자동차(현대차), 미래에셋증권 등의 순으로 현금 유입 증가 폭이 컸다.

감소 폭은 한전을 비롯해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하이투자증권 등 순으로 컸다. LG화학은 순유입 2조6543억원에서 순유출 4310억원으로 돌아섰다.

조사 대상 기업들은 영업 상황이 나빠지는 와중에도 투자를 늘렸다. 투자 지출 규모는 152조4110억원으로 전년 동기(119조1014억원) 대비 33조3096억원 늘었다. 2020년 상반기(97조1341억원)에 이어 상반기 기준 3년 연속 증가세다. 같은 기간 주요 기업의 재무활동 현금 순유입액은 77조8973억원으로, 전년 동기(26조2566억원)보다 51조6407억원 증가했다. 기업 현금 차입이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상반기 국내 대기업들이 영업 수익이 급감하는 와중에도 차입금을 늘려 투자를 늘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투자는 삼성, LG 등 대기업이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에 19조9293억원을 투자, 지난해 상반기(5조7470억원)보다 14조1823억원 더 썼다. LG화학도 지난해 1조3982억원에서 올해 10조6021억원으로 투자를 9조원 넘게 늘렸다.

이와 달리 작년 상반기 13조304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던 네이버(NAVER)의 투자 지출은 올해 상반기 5674억원에 그쳤다. 자회사이던 라인을 일본 소프트뱅크와 합병한 것이 반영됐다고 해도 투자 감소 폭이 작지 않았다. 기아(3조8866억원↓)와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3조3816억원↓), 현대차(2조3852억원↓), SK케미칼(1조5583억원) 등도 투자 지출을 줄였다.

영업 활동과 투자 활동 현금흐름이 모두 개선된 기업은 한국증권금융 교보증권 등 8곳이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